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20일도 안 돼 미국 상·하원이 잇따라 북핵 관련 청문회를 열고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상원 외교위원회가 김정은 암살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7일(현지 시각) 열린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는 북한 체제 전복의 현실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북한이 '최고 존엄'이라고 떠받드는 김정은을 직접 겨냥하는 양상이다. 이날 하원에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조속한 한반도 배치를 요구하는 결의안도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미 하원 외교위의 이날 북핵 청문회는 지난달 3일 제115대 의회가 개원한 이후 상임위 차원에서 처음 여는 청문회였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행정부보다 북한 제재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압박을 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제재법은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 인권유린, 해킹 등과 관련된 제3국의 개인 또는 단체를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고 있다. 그는 또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매년 20억달러를 송금하고 있다"며 "대북 금융·해운 제재를 강화해 (현금 유입의) 허점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에서 금융 제재를 담당했던 앤서니 루기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위장 회사들을 파악해 금융 거래를 끊어야 한다"며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고 직접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세계의 보안관? - 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전국의 보안관들을 만난 후 선물로 받은 보안관 조각상을 들어보이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태도가 강경했다. 톰 마리노 의원은 증인들에게 "북한 체제 전복이 현실성이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제 가능한가, 누가 대체 세력이 될 것인가"라고 일일이 질문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참석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한은 무너지면 갑자기 무너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북한이 미 대선 이후 도발하지 않는 것은 한국의 정치적 위기 때문"이라며 "친북(pro-DPRK) 성향의 진보 정권 탄생 가능성 때문에 북한의 계산이 복잡해졌다"고 했다. 테드 요호 의원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외부 정보 제공) 방송을 통해 내부에서 정권 붕괴를 일으켜야 한다"고 했고,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김정은 등) 북한 인권 유린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거나 북한을 겨냥한 반인도 범죄 특별 법정을 운영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을 주문했다.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 의원은 "북한 제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국이 동문서답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제리 코널리 의원은 "대북 제재에는 중국의 동참이 필요한데, 미국이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로 중국과 충돌하는 것은 (대북 제재에) 미국이 원하는 것과 배치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은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규탄하고, 사드의 신속한 배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결의안은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서명했다. 이는 미국 정치권이 한국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사드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 들어 대북 규탄 결의안이 발의된 것인 이번이 처음이다. 결의안은 사드에 대해 "한반도 내 미국인과 동맹국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인 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선 북한 정권 유지에 필수적인 경제 원조와 무역 규모를 축소하고, 북한 지도부를 압박해 도발 행위를 중단시키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