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들은 오는 11일 촛불 집회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헌재에 조기 탄핵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일 방침이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헌재를 흔들지 말라"며 비판에 나서는 등 헌재를 둘러싼 정치권의 외풍(外風)이 거세지고 있다. 여야 모두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는 헌재 결정이 나오도록 하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오전 당초 예정돼 있던 최고위원회의를 갑자기 탄핵소추위원 연석회의로 바꿨다. 전날 헌법재판소가 22일까지 변론 기일을 잡으며 2월 말 탄핵 선고가 무산되자 "더 이상 결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선 것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회의가 열리자마자 "우리 당은 11일 대보름 촛불을 기점으로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을 촉구하는 총력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촛불을 더 높이 들어야 한다"고 했고 이날도 "우리가 더 긴장해야겠다"고 말했다.

손잡은 野3당 “조기탄핵 투쟁” - 야당 대표들이 8일 국회에서 만나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 결정과 특검 연장 등을 요구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야권에선 이날도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수도 있다"는 말들이 계속 확산됐다. 이런 말이 괜히 나도는 게 아니라고 보고 공개적 압박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경에는 정치적 포석도 깔려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탄핵은 끝나지도 않았는데 대선 주자들만 보인다'는 촛불 집회 현장의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았다"고 했다. 탄핵이 관철되고 조기 대선이 끝날 때까지 야당에 대한 지지를 묶어두려면 탄핵 분위기를 약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계산인 셈이다.

새누리당 역시 "야당이 헌재를 흔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자신들도 "헌재가 '2월 말~3월 초 선고'에 집착해선 안 된다"며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탄핵 여부 결정의 공정성에 흠집을 남기지 않게 대통령 측의 주장을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는 명분이다.

새누리 “野, 헌재 흔들지 말라” - 정우택(맨 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그 옆은 인명진 비대위원장, 이인제·원유철·안상수 의원.

하지만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상황에서 전열 정비를 위해 시간을 벌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새누리당은 대선 패배가 확정적"이라며 "탄핵 결정을 최대한 늦춰야 재기를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당내에 현재 마땅한 유력 대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최대한 탄핵 결정을 늦춰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일부에선 "이정미 헌법재판관 퇴임 이후 선고가 내려진다면 기각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탄핵 선고 시점과 결정 내용까지 압박하고 나설 경우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며 "정치 논리가 재판에 개입되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오히려 국민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