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국가전략연구원과 조선일보 공동 주최로 8일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북한 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과 제언이 쏟아졌다. 미국 측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으며 강경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측 참석자들은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불투명한 점이 있다"면서 한·미 간 소통을 강조했다.

'핵이냐 생존이냐' 선택 강요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정부 안팎에 있는 인사들의 지배적인 견해는 북한의 현재 (김정은) 정권이 있는 한 점진적 (협상) 방법을 통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어 연구원은 "핵무기 개발의 최종 결과가 '정권의 종말'이란 점을 확신해야만 북한 정책이 바뀌리라 본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게 핵무기와 정권 생존 중에서 양자택일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 수단으로 리비어 연구원은 경제제재를 통한 돈줄 차단, 국제금융 시스템에서의 축출, 인권유린자의 기소, 대량 정보 유입 등을 동원한 전방위적 압박을 거론했다. 그는 "북핵 종식의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2017년이 가장 중요한 '결단의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조선일보 공동 주최로 8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한반도’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범철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존 앨런 전 아프가니스탄 국제안보지원군 사령관, 이근욱 서강대 교수, 브루킹스연구소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 리처드 부시 동아시아센터 소장, 에번스 리비어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이동선 고려대 교수.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면 적어도 북핵·미사일 위협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 정권이 교체되든지 (통일 등을 통해) 북한이란 국가가 존재하지 않아야 북한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 동결 협상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핵 동결 후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할 수 있어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면서 "핵 포기 의지가 없는 김정은 정권과 장기적 제재·압박 싸움을 해야 하며 특히 중국이 대북 제재 약속을 반드시 지키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미국의회, 정책 입안자들은 '김정은과 대화할 시간은 지났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대북 선제 공격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클링너 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미 한·일을 공격할 능력을 갖고 있고, 군부대 이동 없이도 서울에 대한 파멸적 공격을 할 수 있다"며 "선제 공격은 미국이나 동맹국들이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했다'는 강력한 증거를 얻은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대만연계론 등 놓고도 격론

이근욱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아직 불분명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하며 대만 카드를 꺼낸 것을 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중이 양국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북한도 대만처럼 하나의 카드로 사용하거나 북핵 문제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를 연계하면 한국으로서는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연구센터 소장은 "현재 워싱턴 분위기는 그 반대"라며 "대만도 자국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카드로 사용되는 것은 원치 않고 그래서 대만을 협상카드로 쓰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트럼프 정부 안에서 나온다"고 했다.

신범철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우리에게 핵이 있기 때문에 물리적 공격을 당해도 한국은 확전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우리를 노골적으로 위협해 올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핵 보유국이란 사실을 강조하며 경제제재를 풀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조동준 서울대 교수는 "미국이 한국 방어와 확장 억제를 공언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 능력 강화는 미국 공약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존 앨런 전 아프가니스탄 국제안보지원군 사령관은 "미국의 모든 동맹 중 오직 한·미 동맹만이 당장 함께 전투에 임할 수 있는 '파이트 투나잇'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얼마 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사드 배치 역시 미국이 한국 방어 의지를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