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보스 교육장관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내각 구성이 의회 인준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출범 2주가 넘도록 총 15개 정부 부처 장관 중 5명만 상원 인준을 받는 데 그쳤다. 미국 언론은 "미국 역사상 가장 늦게 초대 내각이 짜이는 정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7일(현지 시각) 베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의 인준 때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부통령이 각료 인준 투표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디보스 교육부 장관은 상원 인준 표결에서 찬성 50표와 반대 50표를 받아 최소 과반인 51표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결정권을 쥔 표)'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미국 상원은 총 100명인데,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맡는다. 미 헌법상 상원 표결에서 찬성과 반대가 50표씩 똑같을 경우에만 부통령이 투표권을 행사해 결과를 가른다. 미국 역사상 부통령이 상원 투표에서 '결정적 한 표'를 던진 것은 242차례가 있다. 그러나 각료 인준에서 부통령이 투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그동안 각료 인준만큼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상원 인준 표결에서 여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도 이례적이다. 공화당은 52석이지만, 소속 의원 2명이 디보스 장관에 대해 "자질이 부족하다"며 인준에 반대했다. 민주당은 디보스 내정자가 비싼 사립학교만 다녀 공교육을 받은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 교육 민영화를 지지한다는 점 등을 들어 장관 인준을 거부해왔다. 디보스는 생활용품 업체 암웨이 상속자인 딕 디보스와 결혼했는데, 부부의 재산은 51억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7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에서 열린 베시 디보스 교육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준 표결 장면. 디보스 교육장관 내정자는 이날 표결에서 찬성 50 대(對) 반대 50으로 동점이었으나 상원 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가까스로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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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는 디보스 교육장관을 겨우 구했지만, 내각 구성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초대 내각 멤버 중 인준을 받은 사람은 디보스 교육장관을 포함해 국무·국방·국토안보·교통 장관 등 5명에 불과하다. 법무·재무·노동 등 10개 부처 장관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설상가상으로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내정자는 '불법 체류 가사 도우미 고용' 논란으로 낙마 위기에 처했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에서만 4명의 상원 의원이 퍼즈더 내정자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고 있다. 이 4명 중 3명 이상이 반대하면 퍼즈더 내정자의 인준은 물 건너간다. 2명이 반대할 경우에는 교육장관처럼 부통령의 '캐스팅보트'에 기댈 수 있다. 퍼즈더 내정자는 "불법 체류자인지 몰랐다"고 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불법 체류 노동자를 단속해야 할 노동장관이 불법으로 가사 도우미를 두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도 똑같은 불법 가사 도우미 고용 논란으로 법무장관 내정자가 두 명이나 낙마한 전례가 있다. 퍼즈더 내정자의 인준안은 현재 상원의 소관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공화당은 내부 반발까지 불거지자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미국 언론들은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의 상원 인준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내각 인준이 역사상 가장 오래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후 같은 기간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각각 14명과 12명의 장관 내정자가 인준 표결을 통과했다.

이 추세라면 트럼프 내각이 가장 많은 '상원 반대표'를 받는 내각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금까지 상원 인준에서 반대표를 가장 많이 받은 내각은 오바마 행정부로 8년간 모두 406표를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2주일 동안 5명을 통과시키는 데 반대표가 111표나 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8년간 반대표가 157표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