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둘러본 지 5분 만에 '이러다 밥 못 먹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 6일 강원도 평창군 횡계 중심지 식당가 앞에서 관광객인 미국인 대학생 스티븐슨(24)씨가 30분 넘게 서성거리고 있었다. 만두집, 국밥집, 중국집, 족발집 등이 줄줄이 서 있었지만 그는 한글로만 된 간판을 읽지 못했다. 몇몇 식당에 붙어 있던 영어 메뉴판도 별 도움이 안 됐다. 어떤 음식인지 쉽게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갈비탕은 'Galbitang'처럼 한글 발음 대로 영어로 적혀 있었다. 외국인 입장에선 '갤비탱'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이다. 강원도와 일부 지자체가 음식 설명이 담긴 메뉴판을 만들어 보급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는 "서양 레스토랑을 쉽게 찾을 수도 없는 평창은 음식에 있어 너무나 헷갈리는 곳"이라고 했다. 8일 횡계에서 만난 한 영국인은 "식당에서 고기로 된 한국식 스튜를 먹긴 했는데, 무슨 고기인지는 모른다"면서 웃었다.

영어 간판 단 식당은 어디에 - 한국을 찾은 한 영국인이 8일 오후 평창군 횡계리 먹자골목을 한참 둘러보는 모습. 한글을 전혀 읽지 못한다고 밝힌 그는“출장 때 현지 음식을 먹는 건 좋아하지만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든 음식인지는 제대로 알고 먹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도 평창 횡계 지역에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과 주요 설상 종목 경기가 열린다. 전 세계에서 관광객 수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사(大事)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외국인들은 '먹을거리 해결' 같은 기본적인 문제에 애를 먹고 있었다. 영어 간판을 병기한 식당도 보였지만 음식 종류에 관계없이 'Korean Restaurant(한식당)'이라고만 적어 놓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경기장 등 주요 시설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체 경기장 공정률은 7일 기준으로 96%에 도달했다. 강릉 아이스아레나는 이미 완공돼 호평 속에 빙상 경기도 치렀다. 외국 선수들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감탄한다.

그러나 150만명에 달할 올림픽 관광객을 맞을 준비는 아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원도는 식당 업주들에게 '올림픽 수준에 맞도록 환경을 개선하자'며 시설 보수를 권하고 있지만 참가율은 저조하다. 평창군, 강릉시, 정선군의 식당 3308개 중 지난해 말까지 도가 권유한 '올림픽 보수 공사'를 완료한 곳은 단 1.1%인 38곳에 불과하다. 상인들은 "지원금도 적은데, 개인 돈까지 들여 대대적인 공사를 벌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