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국가보훈처와 함께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2019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서울 서대문에 건립한다. 기념관을 중심으로 항일운동 정신을 상징하는 서울의 6곳을 연결해 '독립운동 유적 클러스터(단지)'도 조성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서울 서대문구 옛 서대문형무소에서 '3·1운동 100주년맞이 서울시 기념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1919년 3·1운동은 대한민국 역사의 근원"이라며 "미래의 대한민국 100년을 바라보자는 뜻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념관은 시유지인 서대문구의회 자리에 지하 1층, 지상 4층(연면적 5000~6000㎡) 규모로 세워질 예정이다. 시는 국가보훈처가 올해 임정 기념관의 타당성 용역 및 실시 설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서대문구의회 청사 이전비 220억원은 전액 시가 낸다.

서울시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중 하나로 오는 2019년 서울 서대문구의회 자리에 건립할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의 내부 예상도(왼쪽)와 조감도. 올해 중으로 국가보훈처에서 타당성 용역·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는 기념관 외에 독립운동과 연관이 있는 안국역, 서울도서관 내 만인보(萬人譜)의 방, 삼일대로, 종로구 딜쿠샤 가옥, 남산 예장자락 일대를 6대 역사·문화 거점으로 삼아 독립운동 유적 단지로 부각시킨다. 한용운, 여운형 등 독립운동가의 집터와 가까운 안국역을 테마역사로 정했다. 레지스탕스 운동가 기 모케(Guy Moquet)를 기리는 프랑스 파리의 '기 모케 테마역'을 참고했다.

시는 또 역사 인물 5600명을 담은 연작시 '만인보'를 쓴 고은 시인의 서재를 서울도서관으로 옮겨 '만인보의 방'을 만들 예정이다. 이곳에 만인보에 등장하는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 이육사 시인, 장준하 선생 등의 업적과 관련 작품을 전시한다. 3·1운동을 기념하는 삼일대로(종로~북촌) 일대는 내년까지 총 10억원을 들여 3·1운동 대표길로 조성한다. 시민 모금으로 보도블록을 단장하고 안내표지판, 지도 등도 만든다. 3·1운동 독립선언서를 외신으로 첫 보도한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 딜쿠샤는 2019년까지 원형 복원해 역사 기념관과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일제가 통감부, 조선신궁 등을 설치한 곳이자 일본 상인이 집단 거주했던 남산 예장자락 일대는 역사 탐방로로 조성한다. 일제 침탈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남산국치(南山國恥)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시는 시민과 학생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역사 바로 알기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연중 운영한다. 5월엔 중국 독립운동사적지 등 해외 현장을 탐방하는 '서울 시민 독립군 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대한민국 100년 뿌리 알기 강좌, 만세운동 현장을 해외에 알린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 특별 전시회도 연다.

시는 독립운동 유공자 후손과 국가유공자 지원도 강화한다. 올 하반기부터 2대손까지 적용됐던 서울시립대 등록금 전액면제 혜택을 5대손까지 확장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가유공자를 돕는 사업에 올해 112억원, 내년부터는 매년 74억원을 투입한다. 올해 말부터 저소득 국가유공자 5200명에게 매월 10만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정부 지원이 없는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에게는 월 5만원씩 지원한다. 광복회, 특수임무유공자회, 4·19 관련 단체, 5·18 관련 단체 등 보훈 단체에 지원하는 운영비도 늘린다. 서울시는 종교계·학계 저명인사로 구성된 전문가 33인을 기념사업 운영위원으로 위촉하고, 기념사업 전 과정에 참여하고 활동할 310인의 시민위원회를 3월에 공개 모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