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하는 '발탁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성적을 조작한 혐의로 외국계 완성차 기업인 한국GM의 노사 부문 부사장과 상무 등 간부와 전·현직 노조 간부 등 31명(회사 간부 5명·노조 간부 17명·생산직 직원 등 기타 9명)을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발탁 채용'은 업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을 서류전형과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뽑는 것으로, 공채가 아닌 일종의 수시 채용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사의 노조 간부들은 발탁 채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서 뒷돈을 받고 회사 상무와 부사장 등 임원들에게 명단을 전달했다. 상무와 부사장은 이 명단을 인력관리팀 실무자들에게 넘겨 해당자들을 합격시키도록 지시했다. 실무자들은 근무 경력과 나이, 학교 성적, 부서장 추천 점수 등 지원자의 이력 중에서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학교 성적을 주로 조작해 탈락자를 합격자로 만들었다. 2012~2016년에 발탁 채용으로 이 회사 정규직에 합격한 사람은 모두 346명인데, 이 중 35.5%인 123명이 성적 조작을 통해 합격했다고 드러났다. 2014~2015년엔 합격자의 70%가 이런 비리를 통해서 채용됐다.

[한국GM은 어떤 기업?]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바뀌면 고용이 안정된다. 연봉은 대개 2배 이상 늘고, 각종 수당이나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의 복지 혜택도 늘어난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정규직 채용이라는 문을 통과하기가 어려워 지원자들은 뒷돈을 쓰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작년 11월부터 두 달 동안 '되도록 처벌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브로커에게 돈을 준 사람 42명의 자수를 유도했다.

'채용 장사'의 먹잇감이 된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A씨는 한국GM의 협력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2006년부터 9번이나 정규직에 지원했으나 1차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은행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돈 2000만원을 이 회사 식당에서 일하는 외숙모를 통해 노조에 주고 나서야 2015년 정식 직원이 될 수 있었다. B씨는 7번 정규직 채용 지원에 실패한 뒤 브로커로부터 "700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신용 문제로 은행 대출이 안 되자 환경미화원인 이모에게 돈을 빌렸다. 10번 떨어졌던 C씨도 은행 대출과 사채로 급전을 마련하려다 여의치 않자 어머니의 아파트를 담보로 7500만원을 마련한 뒤 우선 1000만원을 주고 지난해 합격했다.

취업 브로커들은 지원자 123명에게서 1인당 2000만~3000만원(최고 7500만원)씩 11억52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8억7300만원(75.8%)을 전 노조 사무국장 함모(52)씨 등 노조 간부 17명이 챙겼다. 특히 전 노조 지부장 정모(55)씨의 경우는 집 화장실 천장에 4억원, 자동차에 5000만원의 현금다발을 숨겨두었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정씨는 취업 장사를 통해 2500만원, 회사의 각종 행사나 명절 때 행사용품이나 선물용품 납품을 빌미로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는 '납품 비리'를 통해 5억6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전모(58)씨 등 노사 부문 전·현직 부사장 2명과 오모(45) 상무는 응시자들의 성적을 조작해 합격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이들은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청탁을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 회사의 각종 행사나 명절 때 행사용품이나 선물용품 납품을 빌미로 납품 업자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전·현직 노조 간부와 업체 대표 등 13명을 함께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