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이 분식회계 등을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중소로펌 영진이 대형로펌 광장, 세종, 율촌 연합군을 상대로 승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부장 이은희)는 지난달 25일 소액주주 290명이 STX조선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주주들에게 49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액주주들은 회사와 강덕수 전 회장, 삼정회계법인이 감사한 감사보고서를 믿고 STX조선해양의 주식을 샀다가 분식회계 적발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2014년 소송을 제기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야드 전경.

◆ 광장·세종·율촌 17명 대군에 맞선 영진 변호사 2명

법무법인 영진의 박준오(49·사법연수원 31기) 대표변호사와 유경재(51·33기) 변호사가 소액주주들을 대리했다. 특히 유 변호사는 STX조선의 분식회계가 터지기 전부터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소액주주들의 온라인 모임 등에 자료를 제공하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했다.

유 변호사는 2011년 상장 폐지된 자동차 부품업체 포휴먼의 분식회계와 관련,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소액주주들의 500억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를 이끈 바 있다.

법무법인 영진 박준오(왼쪽) 대표변호사, 유경재 변호사

영진은 “STX조선은 선박 수주 예정원가를 선박계약금 이하로 낮춰 매출원가를 과소계상하는 동시에 선박제조공정의 진행률은 높여 매출액을 과대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영진은 “강 전 회장이 허위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를 작성하게 하고 공시했으며, 삼정회계법인은 회계감사기준이 정한 감사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진은 ‘클락슨지수’의 급락 등 전문 자료를 제출해 재판부를 설득했다. 클락슨지수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조선 산업의 분석 기관인 클락슨에서 새롭게 발주되는 선박 가격을 지표로 계량화해 발표하는 국제 선박 가격지수다.

재판부는 “다른 경쟁사들의 영업이익률은 하락하는데도 이례적으로 STX조선은 2011년까지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재무제표 등이 작성됐다”며 “회계법인이 감사 업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 변호사는 “통상 법원은 회계법인이 돈을 받고 분식한 경우 등 중과실이 있을 때만 회계 법인에 60%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며 “법원이 STX조선 분식회계 사건에서 회계법인이 제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크게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영진은 강 전 회장이 형사사건 항소심에서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삼정회계법인 뿐 아니라 STX조선과 강 전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 것은 STX조선 임원들의 범죄 행위뿐 아니라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경제 상황 변화 등도 원인이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 광장, 세종, 율촌 연합군 증거부족 주장했지만 실패

광장, 세종, 율촌 CI

광장은 삼정회계법인, 율촌은 강 전 회장, 세종은 법정관리 중인 STX조선을 각각 변론했다. 변호인단만 모두 17명이었다.

광장은 송무의 간판급 송평근(51·19기) 변호사를 필두로 김상훈(44·36기), 박영욱(48·31기), 서효성(34·42기) 변호사를 투입했다.

율촌은 송무그룹 공동대표 윤용섭(62·10기) 변호사를 비롯해 판사 출신 곽상현(54·21기) 파트너 변호사, 2015년 강 전 회장의 형사 재판 항소심에서 분식회계 혐의 무죄 선고를 이끈 최동렬(54·20기) 변호사, STX의 법무감사실장(상무) 출신 강신철(49·24기) 변호사 등 거물급을 동원해 강 전 회장 구하기에 나섰다. 율촌의 이종혁(40·32기) 변호사와 삼일과 안진에서 회계사로 활동하다 변호사가 된 박영윤(40·변호사시험 2회)도 보조를 맞췄다.

세종은 김현진(45·34기) 파트너변호사,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우도훈(40·40기), 임락균(37·43기) 변호사 등 3명을 투입했다.

변호인단은 증거 불충분을 주장했다. 삼정회계법인을 대리한 광장은 “소액주주들이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는 STX조선이 장부상 유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을 인식했음에도 주의의무를 위반해 회계분식을 간과하고 부실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율촌은 형사 사건에서도 강 전 회장이 분식회계 관련 무죄를 받은 점을 강조했다. 율촌은 “강 전 회장은 분식 회계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고의가 없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STX조선은 선박 예정원가를 선박계약금액 이하로 낮춰 공사손실충당금을 감소시키고 매출 원가를 과소계상했고, 선박제조공정 진행률을 높여 매출액을 과대계상하는 방법으로 분식행위를 했다”며 “강 전 회장은 허위 사업보고서·재무제표를 작성·공시했으며 삼정회계법인은 감사인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주주들은 감사보고서를 신뢰해 주식을 취득했다가 이같은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STX조선과 강 전 회장, 회계법인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