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 시간) 밤 전세계의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이하 롤)'계의 수퍼 아이돌 '페이커'가 첫 개인 방송을 했다. 하지만 페이커의 첫 방송은, 문자 그대로 '망했다'.

SK텔레콤 프로게임단 T1은 6일 '페이커' 이상혁의 트위치tv 첫 방송이 6일 오후 11시 30분에 시작된다고 예고했다. 이 소식에 전세계 롤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레딧 사이트에 모인 롤팬들은 타이머를 만들어 놓고 페이커의 '첫방'을 기다렸다.

페이커의 방송 시작을 기다리는 타이머.


페이커의 방송은 예정보다 조금 늦어진 11시 50분쯤 시작됐다. 페이커가 등장하자 실시간 시청자수는 금방 20만을 돌파했다. 이날 방송에는 통역사가 붙어 페이커의 말을 실시간으로 통역했다.

그런데 페이커 방송은 제대로 시청하기 어려울만큼 '렉(버퍼링)'이 심하게 걸렸다. 페이커의 말과 통역사의 통역 사이에는 5∼10초 정도의 딜레이가 있어 어색했다. 페이커와 통역사의 말소리는 울림이 심했고 영상 화질도 다른 방송에 비해 훨씬 나빴다. 방송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자 페이커는 긴장한 듯 평소보다 더욱 말이 없어졌고, 게임 상에서는 실수를 연발했다.

페이커의 실시간 방송 화면. 페이커는 시청자들의 대화창을 못 보는 상황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페이커 방송을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특히 비난의 화살은 SKT T1의 방송 파트너로 참여한 '콩두컴퍼니'를 향했다. '콩두컴퍼니'는 방송 기획과 제작을 맡았는데, 시청자들은 이날 방송의 문제점들이 모두 콩두 컴퍼니의 허술한 준비 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콩두컴퍼니는 이날 방송을 '이원 중계' 형식으로 기획했다. 페이커가 전송하는 영상을 통역사가 받아서 통역을 더한 뒤에 다시 송출했다. 방송이 이중으로 송출되면서 영상 화질이 떨어졌고 페이커의 말과 통역 사이에도 시간차가 발생했다. 그리고 페이커와 시청자 사이에는 약 20∼30초 가량의 간극이 생겼다. 정상적인 방송에서는 간극이 10초 정도다. '방송 끊김 현상' 역시 통역사의 컴퓨터 문제라고 시청자들은 추정했다.

채팅창 아이디가 'Faker'이지만 실제 페이커가 아니라 통역이다. 통역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페이커에게 전달했다고 말하는 모습.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시청자들과의 소통'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개인 방송의 가장 큰 매력은 출연자와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역사가 페이커와 시청자 사이를 가로막아 버렸다. 시청자들의 실시간 반응을 통역사가 취합해서 페이커에게 전달했다. 시청자들은 통역사와 대화하고, 페이커의 게임 화면을 관전만 하는 상황이었다. 방송이 재미 있을 수가 없었다.

시청자들은 "중간 관리자가 일을 다 망치는 게 딱 우리 사회의 전체의 문제 같았다"고 열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지난해 12월 한 구인 사이트에 올라온 콩두컴퍼니의 통역 모집 공고를 공개하며 콩두컴퍼니의 안일한 준비를 비난했다.

콩두컴퍼니가 올린 통역 모집 공고. '롤을 알지 못해도' 지원 가능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콩두컴퍼니는 페이커를 비롯해 뱅, 울프 등 다른 멤버들의 방송 제작도 담당할 예정이다. 시청자들은 콩두컴퍼니가 페이커 방송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 더 나은 콘텐츠 제작에 애써줄 것을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