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인범 특전사령관 전역식은 여러 면에서 특별했다. 주한 미군 사령관·미 8군 사령관·미 제2보병사단 사령관이 모두 참석했다. 한국군 중장(中將)이 군복을 벗을 때 주한 미군 '빅3'가 모인 것은 이례적이다. 85세의 이기백 전 국방장관은 그와 악수하며 감회 어린 표정을 지었다. 1983년 미얀마에서 북한의 테러로 쓰러진 그를 구해낸 부관이 바로 전인범이었다. 이 전 장관이 필리핀 미 공군기지에 후송될 때도 옆자리를 지켰다. 어릴 때 5년간 미국에서 살아 영어가 능통한 그는 미군 의사에게 "반드시 살려달라"고 매달렸다.

▶아웅산 테러 때의 경험은 그의 '지휘 방침'이 됐다. 지난해 TV조선에 출연한 그는 "당시 저 개인으로선 너무 두려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군인이기에, 부관이었기에 (구조) 임무를 수행했다"고 했다. 군인이 어떤 소속감을 갖고 무슨 사명을 수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는 특전사령관 시절 보여주기 식 '천리 행군'은 줄이고 평소 체력 단련에 더 신경 쓰도록 했다. 낙하산 강하(降下) 수당을 40% 인상하고, 사제(私製) 장비도 쓰도록 허용했다.

▶'전인범 어록'도 생겼다. 부하 전역식에 참석한 그가 먼저 병사들에게 경례하며 말했다. "그동안 고생했는데, 장군 경례나 받고 가라." 사단장 시절 예하 부대 체육 대회를 방문해선 인사말을 딱 한마디 했다. "재밌게들 놀아라, 이상." 퇴임식에선 "최선을 다했으나 부족했고, 내 부족함을 채워준 것은 부하들이었다"고 했다.

▶전인범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캠프에 참여한 걸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투항했다"고 실망감을 피력한다. 그의 페이스북 친구 일부도 관계를 끊고 있다. 국민의당은 그가 사령관 시절 특전사 요원 두 명이 '포로 훈련' 도중 사망한 것을 문제 삼았다. 열흘 전 참모총장 출신 4성 장군 두 명을 포함, 장성 10명이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을 때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그만큼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는 박지만씨와 육사 동기다. 지난해 그를 포함해 신원식·이재수 등 동기 선두 주자이던 3성 장군 세 사람이 동시에 진급에서 탈락해 전역했다. 박지만씨와의 관계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정치 안 한다"던 전인범이 결국 대선 캠프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일까. 그는 캠프 참여 일성으로 "문 전 대표가 빨갱이가 아닌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그만큼 문 전 대표의 안보관에 불안감을 가진 이가 많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같기도 하다. 여기에 전인범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