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한 인테리어 기법이 아닌, 삶의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살면서 필요한 물건을 하나 둘 더하기 마련인데 반대로 하나 둘 빼면서 집을 비우는 것은 일시적인 인테리어 트렌드를 쫓는 것으로는 좀처럼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필요한 것을 들어내고 새 것에 눈을 돌리지 않는 소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다 보면 어느새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뜻밖의 여유를 누리게 된다.

미니멀 홈스타일리스트 선혜림씨는 "미니멀하게 살면, 대청소할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10분 정도만 할애해도 집안이 깔끔해진다. 청소 시간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제자리 수납이 돼 있으니 물건을 찾는 시간도 줄었다. 그렇게 조금씩 아낀 시간들을 소모적인 일이 아닌 생산적인 일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부모님께 한 번이라도 더 연락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맞벌이 부부이지만 남편과 퇴근 이후에도 꽤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며 미니멀 라이프가 가져다준 삶의 변화를 말했다.

시니어, 미니멀리스트가 되자

그런데 사실 미니멀 라이프는 20·30대 젊은 층만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정말 미니멀 라이프가 필요한 건 시니어들이다. 시어머니와의 동거를 시작한지 5년차에 들어선 서울의 한 홍보대행사에 이모(45)씨는 "어머니랑 살면서 집 정리는 포기했다. 본래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짐도 많아서 방 한 칸으로는 부족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의 짐이 거실로 나오기 시작했다. 요즘 어머니는 심심하실 때마다 홈쇼핑에 나오는 최신 물건 구입에 재미를 붙이셔서 어찌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 평생 이고 지고 살아온 짐들이 어느새 집의 주인이 돼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이 단지 그녀의 시어머니만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시니어들의 집에는 자식들 어릴 적 사진이나 상장, 유행이 한참 지났거나 더 이상 맞지 않는 사이즈의 옷, 장롱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는 이불, 홈쇼핑에서 구입한 각종 건강용품이 집안을 '빵빵하게' 채우고 있다. 선혜림씨는 이에 대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시대를 거쳐 온 부모님 세대는 작은 물건 하나도 쉽게 버리지 못했고 자식의 행복한 미래만 바라보면서 살아오셨다. 자식의 추억이 깃든 물건은 그 어떤 보물보다 소중하게 여겼기에 무엇 하나 버리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어느덧 일흔 살을 맞은 여성학자 박혜란씨는 자신의 버킷리스트로 '콘도처럼 간단하게 살기'를 꼽았다. 최근 출간한 '오늘, 난생 처음 살아보는 날'에서 박씨는 "한밤 중에 우렁 각시가 나와서 다 내다 버려 줬으면 좋겠다"며 심플하게 사는 것에 대한 로망을 드러냈다. 그런데 박씨가 우렁 각시를 운운하는 것처럼 시니어들이 무엇을 남기고 버리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물건과의 정떼기부터 시작

‘버리고 비웠더니 행복이 찾아왔다’의 저자 야마구치 세이코씨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물건을 종류별로 분류하는 것이 좋고, 디자인이 심플하면 개수가 늘어나도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한 제1의 원칙은 물건에 미련을 두지 않고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몇 년째 서랍장을 채우고 있는 물건 중 상품 카탈로그, 명절에 받은 선물세트 박스, 잼이나 꿀이 든 각종 유리병, 여행갈 때 쓰려고 모아놓은 화장품 샘플 같은 것은 처분 1순위 품목이다. 요즘 스마트폰을 통해 웬만한 물건 조사는 다 가능하며 박스나 유리병 같은 것은 굳이 쟁여놓지 않아도 또 들어오고 화장품 샘플에도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버리기에 아까운 물건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선혜림씨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무언가를 잘 못 버리는 것은, 보통 그 물건을 봤을 때 다양한 감정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임시로 박스를 하나 만들어 덜 사용하는 물건들을 담아놓고 일정 기간 보관해둔다. 그 기간이 지났는데도 물건을 꺼내서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건 정말 불필요한 물건이다. 온라인을 통해 중고로 판매하거나 지인에게 선물로 기분 좋게 넘겨주면 된다."

물건별 정리가 보다 효과적

정리 전문가들은 공간별이 아닌 물건별 정리를 추천한다. 이유인즉슨, 정리가 잘 안 돼 있는 집일수록 물건이 이 방, 저 방 나뉘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공간별 정리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은 옷, 내일은 책, 그 다음날은 그릇 등 물건별로 정리를 하면 같은 종류의 물건이 여기저기 분산 배치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버릴 것과 남겨둬야 할 것을 좀 더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일단 모든 물건을 바닥에 꺼내어 펼쳐놓아 보자.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저자 곤도 마리에 정리컨설턴트는 "물건을 한곳에 모으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금 자신이 어느 정도의 옷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쌓인 옷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내 옷이 이렇게 많았나'하고 예상외로 충격을 받곤 하는데,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2배가 많은 경우가 보통이다. 또한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여러 벌 가지고 있는 경우, 옷을 한곳에 모아 놓으면 쉽게 비교할 수 있어서 버리기와 남기기의 판단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새 물건을 늘리지 않아야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물건을 늘리지 않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좀 더 진화한 물건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신식' 물건에 대한 정보 역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사실 물건을 관리하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라는 걸. 물건이 안겨주는 행복은 잠시고, 관리하면서 쏟아야 하는 에너지는 길다는 걸. 그래도 필요하다면 그때 사도 늦지 않다.

[Tip]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겨야 할지 결정장애에 걸릴 것 같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객의 집을 방문해 정리에 대한 진단부터 정리·수납·청소까지, 정리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리·수납 전문가들이 있다. 윤선현의 베리굿정리컨설팅(www.verygoodlife.kr, 1544-6328), 정희숙의 똑똑한 정리(www.똑똑한정리.com, 1688-2406), 신여사의 포홈컴퍼니(blog.naver.com/cecil1205, 1522-4123) 등이다.

이런 업체의 경우 보통 시간제로 비용을 책정하는데, 혹 비용이 부담된다면 거주 지역 근처 백화점이나 마트 문화센터에도 다양한 정리수납 관련 클래스가 마련돼 있으니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