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제안한 '대연정(大聯政)'을 놓고 민주당 안팎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다음 정부의 성격과 연결되는 일종은 노선 투쟁 성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안 지사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논쟁의 무게도 커지고 있다. 이날 공개된 국민일보의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는 15.3%까지 올랐다. 여야를 합해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32.5%),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16%)에 이은 3위다.

문 전 대표 측은 그동안 '국가 대청소'와 '적폐 청산'을 주장해 왔다. 그와 그의 지지층에게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대청소나 청산의 대상인 셈이었다. 반면, 안 지사는 '협치와 연정'을 내걸고 있다. 안 지사 측은 "대선 승리만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대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집권 후 진보의 '성공'까지 생각한다면 대연정을 해야 한다"며 "대연정과 협치는 안 지사의 핵심 철학"이라고 하고 있다.

의료진 함께 - 문재인(왼쪽에서 둘째) 전 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과 휴대전화 사진을 찍고 있다.

'대연정'은 주로 내각제 국가에서 안정적 집권 다수당이 되기 위해 서로 이념이 다른 보수·진보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보수나 진보 정당이 자신들과 성향이 비슷한 소수 정당과 손을 잡는 '소연정'에 비해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 등을 명분으로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당시 여권에선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자는 것이냐"는 반발이 나오고 한나라당도 이를 거부하면서 대연정 구상은 무산됐다.

이번 논란은 안 지사가 지난 2일 "노 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하면서 시작됐다. 안 지사는 '국가 개혁에 동의한다면'이라는 걸 전제로 새누리당과의 연정에도 문을 열었고 문 전 대표는 3일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과의 연정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비판했다. 문 전 대표의 안 지사에 대한 사실상 첫 견제였다.

문 전 대표의 견제에 안 지사 측은 대응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론 "대연정의 배경을 아는 분이 너무한다"며 부글부글했다. 안 지사를 돕고 있는 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고질적인 승자 독식 정치, 패권 정치야말로 적폐 중에 '상적폐'"라고 말했다. 안 지사 측 핵심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도 협치를 외면해 실패한 정권이 됐다"며 "우린들 새누리당과 함께하고 싶겠나.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의 121석만으로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피할 수 없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민의당(38)은 물론 새누리당(95), 바른정당(32석)의 협조가 필요하다. 문 전 대표 측이 '대연정'에 대한 반감이 큰 호남에서의 경선을 의식해 안 지사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와 함께 - 안희정 충남지사가 5일 서울 강북구 꿈의숲 아트센터에서 열린 ‘2040 아이키우기 런치 토크’에서 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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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지사는 4일 인터넷에 "연정 제안은 박근혜·최순실을 용서하자는 것이 아니고, 과거의 적폐를 덮고 가자는 것도 아니다"며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의 개혁 요구를 단 한 걸음이라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대연정 제안의 취지"라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대연정은 안 된다"며 문 전 대표 편을 들었지만, 안 지사는 5일에도 대연정 제안을 취소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 측은 일단 더이상의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문 전 대표는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연정과 협치의 기준으로 말했는데, 안 지사도 그를 통한 협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동의하는 연정 범위는 국민의당과 정의당까지이기 때문에 불씨는 여전하다. 문 전 대표 측은 "안 지사가 연정 범위에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포함하고 있다면 나중에 제대로 토론을 해서 시비를 가려야 한다"며 "그냥 같은 편이라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했다. 안 지사는 연정 범위에 대해 이날 "협치 수준이 대연정이 될지 소연정이 될지는 당 지도부와 원내 다수파 구성 과정에 맡겨야 한다. 앞으로 논의해야 할 주제"라고 했다.

이번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