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삼성!"

삼성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한 줄에 난감한 처지가 됐다. 삼성이 검토하고 있는 미국 내 가전공장 건설을 트럼프가 기정사실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미국 공장 설립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공장 후보지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31억달러(약 3조5500억원)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LG전자도 상반기 중 미국 공장 건설을 결정할 방침이다. '미국인에게 장사를 하려면 미국에 투자하라'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한국 기업들에도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삼성·LG 미국 공장 설립 불가피 분위기

트럼프는 2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라는 글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의 기사에 대해 소감을 올린 것이다. 이 기사의 발단은 이날 삼성의 미국 가전 공장 설립 가능성을 다룬 로이터통신의 서울발 기사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에 신규 투자의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인데 마치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여져 곤혹스럽다"면서 "아직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가 삼성이 발표하지도 않은 내용을 트위터에 직접 언급했다"면서 "삼성에 미국 공장 설립 압력을 가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이미 가전 공장을 미국에 짓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기는 했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약 200조원)의 3분의 1가량을 북미 지역에서 올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는 지금까지 총 170억달러(약 19조5000억원)를 투자했고 올해도 1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지만 기존 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로는 생색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가전 조립 공장은 수천억원 정도만 투자를 하면 몇 달 안에 공장 설립을 완료하고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미국 가전 공장의 사업성이다. 가전 이익률이 3~5%에 불과한 데다 미국 근로자의 인건비는 멕시코의 6배, 스마트폰 생산기지가 있는 베트남의 10배에 달해 난감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민 정책이나 멕시코 장벽을 밀어붙이는 것처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20% 관세도 실제 부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국 트럼프 뜻대로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앨라배마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건설 후보지를 압축해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의 기사 링크와 함께‘생큐 삼성’이라고 적었다.

삼성전자가 가면 LG전자도 가만있을 수 없다. 멕시코 공장에서 북미 시장용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LG전자도 미국 공장 건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내 가전 공장 건설에 대한 검토가 80%쯤 진행됐다"면서 "상반기 중에는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로 전 세계 기업 쥐락펴락

트럼프는 취임 전후로 트위터로 전 세계 기업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특정 기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하거나 치켜세우면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식이다. 이미 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도요타·GM·바이엘 등이 트위터 정치의 희생양이 되면서 무릎을 꿇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직접 트럼프를 찾아가 거액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며 환심을 샀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트럼프는 트위터나 발언을 통해 기업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국내외 기업들을 흔들어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