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구글 본사에 임직원과 시민 2000여 명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였지만, 항의 피켓에는 트럼프가 아닌 배넌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트럼프 오른팔이라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이번 '반이민' 정책의 실제 결정자라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배넌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과 함께 '배넌이 대통령인가?'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실었다.

배넌은 인종차별적 보도를 이어온 극우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반이민 행정명령을 일부 측근과 밀어붙였고, 미국 영주권자는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국토안보부 측 의견도 묵살했다고 한다.

그는 2015년 라디오 팟캐스트 방송에선 이슬람을 "세계에서 가장 과격한 종교"라고 비난했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일 "(당시 배넌 발언은) 대통령 의견과 다르다"고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트럼프는 이런 배넌을 안보 정책 결정의 중추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당연직 위원으로 앉혔다.

반면 온건파로 알려진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36) 백악관 선임고문은 대선 때는 실세로 주목받았지만, 요즘은 눈에 띄지 않는다. NYT는 1일 '쿠슈너는 어디에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합리적인 성품의 쿠슈너가 트럼프의 공격적 성향을 제어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근 사태에서 쿠슈너의 존재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했다. 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도 이날 기고문에서 "공화당과 언론, 민주당은 물론 쿠슈너조차 배넌이 이끄는 백악관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