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박병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타격 폼’을 바꾸는 등 절치부심했다.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앞둔 박병호의 모습.

"문제는 '타이밍'이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지난해 '꿈'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는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62경기를 치른 그의 성적표는 타율 0.191에 12홈런. 부진을 거듭하던 박병호는 결국 시즌 도중 마이너리그로 강등됐고 손목 부상까지 겹치며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지난해 9월 일찌감치 귀국한 박병호는 외부 일정을 자제하고 재활과 2017 시즌 준비에 매진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플로리다로 출국하며 "1루수든 지명타자든 주전으로 뛰는 것이 첫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2년 차를 맞은 박병호가 가장 중점에 둔 건 '타격 폼 수정'이다. 그는 "빠른 직구에 대처하기 위해선 결국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는데, 이걸 위해 타격 폼을 간결하게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병호는 지난 시즌 삼진율 32.8%(244타석 80삼진)를 기록하며 강속구 대처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내 자신이 느낄 수 있는 범위의 (타격 자세) 변화를 줬다"며 "기존 10단계로 나눴던 타격 과정을 7단계로 줄였다"고 했다.

10단계에서 7단계로 줄였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박병호는 상세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박병호가 타격 폼을 간결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무릎을 너무 구부리는 것 ▲지나치게 긴 백스윙 ▲타격 전 토탭(toe tap·앞쪽 다리로 지면을 퉁퉁 치는 것) ▲큰 레그킥(leg kick·앞다리를 들었다 놓는 것) 등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박병호가 그간 이를 교정하느라 두문불출했다는 의미다.

'폼'은 바꿔도 장기인 '파워'는 그대로 가져간다. 박병호는 지난 훈련 기간 이전엔 거의 하지 않던 하체 운동(스쿼트 등)에 집중했다고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도 높였다. 박병호는 "타격의 정교함을 높이면서 내 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KBO시절에도 몸쪽 공 약점이 드러나자 수차례 타격폼을 바꾸며 결국 적응에 성공했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이날 분석 기사를 통해 박병호의 '파워'를 재조명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박병호의 삼진율이 매우 높았지만 일단 공을 맞히면 큰 타구로 이어졌다"며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나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같은 강타자들도 데뷔 시즌엔 삼진을 많이 당하다가 두 번째 시즌엔 잘 적응했다"고 썼다. MLB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박병호의 뜬공·라인드라이브 평균 타구 속도는 97.2마일(시속 156㎞)로 메이저리그 전체(타구를 75개 이상 생산한 선수) 10위였다. 일단 정타가 맞으면 엄청난 파워가 실린다는 의미다.

그의 노력에도 주변 상황은 여의치 않다. 2015년 박병호를 영입했던 테리 라이언 단장이 지난해 7월 갈리고 테드 레빈 신임 단장이 팀을 재편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케니스 바르가스(27) 등과도 경쟁해 이겨내야 한다. 박병호는 "지난해보다 입지가 확실히 불안하다"면서도 특유의 환한 웃음을 보냈다. 그는 한국 팬들에게 "죽기 살기로 해야죠. 힘겨운 도전이지만 준비는 돼 있습니다"라는 작별 인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