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일 밤 자택 주차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당(黨)에도 부담이나 신세를 진 적 없고, 인연도 없다"며 "다른 정파나 정당에 힘 실어준다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꼭 정치뿐만이 아니라 다른 면으로 기여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저녁은 누구와 했나.

"캠프 사람들 모두 모여 제가 감사를 표했다. 정치권이나 학계·외교계에도 전화해 감사를 표명했다. '재고하라'는 분도 있었지만 재고할 가능성은 없다. 협치나 소통에 관해 대한민국 어떤 지도자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 사실이지만 벽이 높았다. 모두들 계산을 하는 것 같고 허심탄회하게 얘기 안 하고 그러면서 시간은 가고…. 제가 능력이나 이런 (부분에)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 만약 제가 할 수 없으면 다른 분이 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순수하게 소박하게 한번 시도를 해봤는데 역시, 완전히 인격말살을 하고, 그런 식으로 한다는 건 용납이 안 된다. 새벽에 아내와 심각하게 논의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낫겠다고 결심했다. 소박하게 시작해서 소박하게 끝난 것이다."

―기회 넘긴다는 건 다른 후보에 힘을 실어준다는 뜻인가.

"다른 정파나 정당에 힘을 실어준다는 계획은 없다. 일찌감치 결정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반 전 총장은 끝으로 기자들과 악수를 하며 "언론은 무관의 제왕이다. 제왕이 부정적 의미로 쓰이지만… 고맙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