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평등이 이뤄진 사회에서는 고학력·고소득 여성일수록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학력에 경제력을 갖춘 여성은 경력 단절을 우려해 출산을 기피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분석이다.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의 2012년도 자료를 활용해 미국·영국·덴마크·노르웨이·한국·일본 등 21국 20~45세 여성들의 자녀 수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노동시장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될수록 자녀 수가 많았다. 고학력 남녀 간 임금 격차가 40%포인트 정도로 클 경우엔 자녀 수가 0.6명 수준이었지만, 남녀 간 임금 격차가 10%포인트 정도로 작을 땐 자녀 수가 약 1.2명으로 늘어났다. 또 가족 복지에 대한 공공 지출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취업 여성들의 실제 자녀 수는 0.355명씩 증가했다.

취업·미취업 여성을 모두 포함한 연구에서도 '성 평등주의적 태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평균 자녀 수가 많았다〈그래픽〉. 성 평등 태도가 4.63인 덴마크의 평균 자녀 수는 1.52명, 성 평등 태도가 4.55인 노르웨이는 1.23명이었다. 반면 성 평등 태도가 3.6인 한국의 평균 자녀 수는 1.06명이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노동시장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고 양육에 대한 공적 서비스가 확대되면 고소득·고학력 여성의 출산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출산과 성 평등주의 다층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학술지 '경제와 사회' 최근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