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존 헌츠먼 애틀랜틱 카운실 회장(전 주중 대사)은 지난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모든 일은 전통과는 거리가 멀다. 남다르고 특이한 방식으로 일한다"고 했다.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 입장을 밝혔던 헌츠먼 회장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설이 돌았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그는 "협상 전문가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싱가포르 대사를 지낸 헌츠먼은 유창한 중국어 실력에, 대만과 중국에서 살아본 경험, '훙보페이(洪博培)'란 중국 이름까지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인권과 종교 문제를 거론해 '대중 강경파'로 불린다. 유타 주지사에도 두 번 당선됐고, 2012년 대선 때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다가 패한 후 2014년부터 워싱턴의 보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실을 이끌고 있다. 애틀랜틱 카운실의 아시아센터 건립을 위한 1일 방한 일정을 앞두고 지난 27일 그를 워싱턴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존 헌츠먼 미국 애틀랜틱 카운실 회장이 지난 27일(현지 시각) 워싱턴DC의 애틀랜틱 카운실 사무실에서 본지 강인선 워싱턴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타주 주지사를 지낸 헌츠먼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중 미국 대사를 지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다.

―국무장관 후보 물망에 올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주중 대사 때(2009~2011) 북한 문제를 다뤄본 경험을 바탕으로 대북 정책을 조언했나.

"트럼프 팀에 북한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 첫 4년 동안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고 가능한 한 빨리 한국 중국 일본 등 관련국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에 쿠데타가 발생하거나 혼란에 빠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관련국들의 대비가 없으면 정말 위험해진다."

―중국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하면서 배운 제일 중요한 교훈이 뭔가.

"중국인들에게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오로지 국내적인 안정 유지다. 중국 국경 근처에서 어떤 혼란도, 어떤 전쟁도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중국이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을까.

"중국도 결국 국익에 따라 움직인다. 북한의 행동 때문에 중국이 불안정해질수록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중국을 움직이는 건 협상에 달렸다고 본다. 협상이야말로 트럼프가 가장 기민하게 해낼 수 있는 분야이다.

트럼프는 협상 전문가다. 만일 그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상대가 원하는 걸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혹하게 할 만한 것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으려 했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국이 그런 협상을 시도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위험 부담이 컸거나 의회가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는 협상 전문가니까 중국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려면 어떻게 거래해야 하는지 알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 시대의 미·중 관계를 좌우할 핵심 요소는 뭔가.

"첫째는 무역이다. 미·중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량을 곧 달성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비즈니스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무역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둘째는 북한이다. 북한이 사고를 칠 때마다 미국은 중국을 비난한다. 중국이 왜 해결책을 찾는 데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느냐고 한다. 여기에 미·중 간 협력 여지가 크다고 본다. 셋째 문제는 남중국해다. 미국 무역 물량의 50%가 이 지역을 지난다. 걸린 게 많으니 관심도 큰데 중국과 충돌하지 않도록 룰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넷째가 대만 문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덩샤오핑 다음가는 최고의 지도자라고 호평했던데.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 정치인으로선 성공했다고 본다. 하지만 개혁가로선 미완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