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31일 "저 문재인이 대세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확인해 보니 제가 대세 맞다"며 "그러나 제 개인보다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 마음이 대세고, 정권 교체를 해낼 사람으로 저를 지목하는 게 민심"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설 민심(民心)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웃으면서 이같이 답했다. 문 전 대표는 일부 지지자가 건배사 등으로 사용하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의 줄임말로 대세론을 의미)' 용어에 대해선 "지지자들이 내놓은 슬로건으로 보인다. 겸허하고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사상 최초로 광주, 부산 등 영호남과 충청 모두에서 지지를 받는 '국민 통합 대통령' 시대를 열고 싶다"면서 "이념적인 면에서도 통합 대통령이 되고 싶고, 세대 간 갈등을 치유하는 세대 통합도 이뤄내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지금까지는 선거 당일 어느 지역에서는 잔치가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눈물이 되었다"며 지역·이념·세대 통합을 여러 번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달라는 촛불 민심을 제대로 받들면 보수나 진보의 이분법은 저절로 소멸될 것"이라고 했을 뿐, 구체적인 국민 통합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마장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사회복지 공무원 간담회에서 박과 복주머니를 선물 받고 웃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포퓰리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관련해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은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서 "그것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치가 통합, 상식, 정의 중 어느 쪽에 맞춰져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 특검이 모든 점을 고려하리라 생각한다"며 "범죄의 경중, 법앞의 평등, 사법 정의와 원칙, 박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병 처리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선 "아주 선명하고, 순발력도 있고, 국민들에게 시원시원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선 "아주 스케일이 크다"고 했다. 김부겸 의원에 대해선 "바보처럼 지역구도에 도전해 끝내 성공을 이뤄낸 돌파력과 소통 능력이 좋고 통합적인 마인드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들 훌륭한 분들이지만, 이분들은 앞으로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제가 첫 차가 돼서 그분들이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길을 잘 닦아두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정치권의 '반문(反文)연대' '제3지대'에 대한 질문에 "결국 정권 교체를 반대하는 연대에 지나지 않는다"며 "빅텐트 같은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것이 국민 대세이고 정권 교체를 해낼 사람으로 문재인을 지목하는 것이 국민 마음"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 없이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등이 완주하는 상황을 묻자 "결국 국민이 단일화와 통합을 해주실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당에서 2003년 대북송금특검에 있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전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문 전 대표는 "국민의 당이 경쟁하는 입장에서 이런저런 공격들을 하는 것이고,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호남 민심이, 전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간담회에서는 '제3지대' 형성을 위한 탈당설이 제기되는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선 "김 전 대표는 정권 교체를 위해 당내에서 함께 노력하는 관계"라며 "정권 교체를 위해 바라보는 강조점이나 주안점이 다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에게 지난 총선 때처럼 다시 도움을 요청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하지 않았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요구했던 '야권 공동정부' 구상에 대해 "국정 운영에 있어서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여당이고 그렇지 않은 정당은 야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권 교체라는 대의에 찬성하는 어떤 정당, 세력과 언제든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