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도발 움직임과 미 국방장관의 한·일 방문,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외교장관 회담과 북핵 협의…. 2월 중 예고된 한반도 주변의 군사·외교 움직임이 긴박하게 얽혀 돌아가면서 동북아 및 한반도 안보 정세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둘러싼 일련의 전개 과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핵·한반도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밑바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30일 "트럼프 행정부 초기인 2·3월이 한반도의 향후 정세와 관련해 특히 중요하다"며 "북한의 도발과 그 이후 '평화 공세' 등에 대비해 한·미·일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북, 무수단 먼저 쏠 가능성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마감 단계"를 언급한 이후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한·미 정보 당국에 노출시키는 등 전략적 도발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무수단 미사일이란?]

일단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2월 중에 ICBM보다 중거리 무수단미사일(사거리 3000㎞ 이상)을 먼저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섣불리 KN-08이나 KN-14 등 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다가는 실패 확률이 높으므로 당장은 무수단미사일 엔진의 안정성을 시험하는 게 급선무라는 분석이다. KN-08이나 그 개량형인 KN-14는 이동식 대륙간탄도탄으로 아직까지 실제 시험발사를 한 적은 없다. 북한은 무수단미사일 엔진 2개를 묶어 KN-08과 KN-14의 1단 추진체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이 ICBM을 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특히 김정일 출생 75주년(2월 16일) 등을 맞아 북한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주창한 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할 정치적 수요가 있다"고 했다. ICBM이든 무수단이든 이 같은 도발은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첫인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오바마 1·2기 행정부 출범 직후에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무시·압박 노선인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이어졌다.

매티스, 강경 대북 메시지 보낼 듯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은 '미친개(mad dog)'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2월 2~4일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찾는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각료 중 가장 먼저 의회 인준을 받는 등 워싱턴 정가에서 광범위한 신뢰를 받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를 '진짜배기(real deal)'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매티스가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한 것은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 새 행정부의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매티스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 직후 열릴 공동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확장 억제나 전면적인 군사 능력을 동원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철통 같은 약속을 다시 확인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매티스 장관은 방한 기간 동두천의 한미연합사단, 평택 미군기지 등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장소들을 찾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관련 연쇄 회담 열려

2월 중에는 한반도 안보를 둘러싼 외교전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내정자가 인준을 받는 대로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윤 장관은 다음 달 16~17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G20 외교장관회의와 뒤이어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17~19일)에도 참석한다. 이 자리를 계기로 트럼프 시대의 북핵 해법을 놓고 한·미는 물론 한·중, 한·일 외교장관 회동이 연쇄적으로 추진된다. 한·미·일의 6자회담 수석 대표들도 워싱턴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2월 10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치 사정상 미국과 정상회담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열리는 미·일 회담은 우리와도 연관된 관심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 등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