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 몽둥이가 명량해전의 승리에 공헌했다."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쓴 능장(稜杖·각진 몽둥이)이 상당한 수준의 살상력을 갖춘 무기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기존 '난중일기'의 오류 200곳을 바로잡아 '교감완역 난중일기'(도서출판 여해)의 개정판을 낸 이순신 연구가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은 "능장은 임진왜란 수륙(水陸) 양면에서 전과를 낸 무기"라고 말했다.
'난중일기'에는 명량해전 때 '거제현령 안위의 배에 일본군이 개미처럼 달라붙어 올라가자, 안위 휘하 군사들이 죽을 힘을 다해 능장이나 긴 창을 잡고 이들을 막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들이 싸우는 동안 이순신 장군의 본선이 돌진해 일본군을 섬멸할 수 있었다. 안위 부대가 능장으로 버티지 못했다면 근접전에 강한 일본군이 배를 탈취해 전세가 기울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능장에 대해서 1955년 홍기문은 '작대기', 1966년 이은상은 '모난 몽둥이' 정도로 해석했지만, 노 소장은 "여러 사료를 분석해 보니 평범한 무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원래 순찰용 방망이였던 능장은 길이 150㎝ 정도의 나무 끝에 쇠를 끼우고 비녀장(못)이나 줄을 꽂은 뒤 그 양쪽으로 또 쇳조각을 끼운 무기였다.
내륙 의병들이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한 예도 보인다. 1592년 문신 이덕홍(1541~1596)은 세자 광해군에게 보낸 서신에서 '능장은 빌리기 쉽고 사용하기 간편해 용렬한 장부도 능히 쓸 수 있다' '지난번 영천의 큰 승리(의병장 권응수의 한천 전투)도 이것으로 이뤄낸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