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규 대명엔지니어링 대표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법제 시스템상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 국조특위에서 여러 번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출석한 증인들이 위증과 '모르쇠'로 일관한 점이다. 국민을 한층 분노케 한 것은 그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오던 지도층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비서실장과 수석, 장관, 대학 총장, 재벌 오너 등 법과 제도 준수에 모범을 보여야 할 인사들이 뻔뻔한 위증을 반복하는 행태에 대해 국민은 치를 떨었다.

많은 국민이 과연 위증에 대한 처벌법이 존재는 하는지 의심할 정도였다. 설령 존재한다 해도 얼마나 솜방망이 법이길래 저렇게 뻔뻔하고 당당하게 위증할 수 있을까. 위증을 통해 자신과 관계인을 보호하는 것이 위증죄로 인한 처벌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변호인의 조언을 받아 위증한 것일 테니 위증 처벌법에 허점이 있다는 추측도 할 수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위증 등의 죄)는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범죄가 발각되기 전에 자백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바로 이 단서 조항이 문제인 것이다. 일단은 위증을 해도 무방한 셈이다. '모르쇠'나 위증으로 일관하다가 사태의 추이를 보아가며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자백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미국 연방법의 위증죄 형량은 최대 5년의 징역이고, 우리와 같은 단서 조항은 없다. 또한 위증은 가중처벌의 중요한 조건이 되고, 타인의 범죄에 대해 위증했을 경우 공범으로 취급돼 종신형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닉슨과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에 몰린 것도 도청이나 성추문이 주된 원인이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은폐 공작과 위증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국민적 관심사를 규명하는 청문회에서 위증을 근절할 수 있을까. 먼저 면죄부을 주는 단서 조항부터 삭제해야 한다. 실수에 의한 위증은 나중에 사법부에서 재판 과정에서 반영하면 된다. 다음은 위증 자체에 대한 엄한 처벌이다. 위증죄로 인해 5년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만 몇 건 있어도 지도층의 낯 뜨거운 위증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런 엄정한 법 집행은 일반 국민에게 법치의 엄격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도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