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탈당파가 주축인 바른정당이 24일 중앙당 창당 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당대표로 추대된 정병국 의원은 "(최순실 국정 농단과 같은) 가짜 보수를 배격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자유·민주·공화주의를 중심에 세우겠다"고 했다.

보수 정치의 위기는 최순실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보수 정치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희생과 헌신을 기본 가치로 한다. 가짜 보수에게 희생과 헌신이 있을 리 없었고 그 바탕 위에 최순실이란 불똥이 떨어진 것이다. 바른정당이 진짜 보수를 자처하려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희생과 헌신'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쇼가 아니라 철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 국민은 최순실 사태에도 혀를 차지만 국회의 행태도 몸서리칠 정도로 혐오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들이 우리 사회 최고의 특권층으로서 누릴 것 다 누리면서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아무런 희생과 헌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만약 바른정당이 의원으로서 누리고 있는 좋은 것을 다 버리는 것으로 희생·헌신을 솔선수범하면 국민은 눈을 씻고 다시 쳐다볼 것이다.

정 대표는 이날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 폐지,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국민소환으로 의원 퇴출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선 이미 지나간 얘기를 재탕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국민은 의원들에게 높은 연봉, 넓은 사무실, 비서 9명, 검은 리무진, 온갖 국비 지원과 최고의 의전이 왜 필요하냐고 묻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는 무엇을 하느냐는 것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심지어 비서 한 명이 의원 2명을 보좌한다. 검은 리무진은 찾아보기도 힘들다. '개혁적'이라는 의원들도 '의원 대우를 유럽 수준으로 하자'고 하면 바로 표정이 달라진다. 지키고 싶은 걸 버리는 게 희생이고 헌신이다. 바른정당이 그 길로 가면 집권의 길도 영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