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속도 붙은 무역협정 뒤집기...'한국 때리기'도 빨라진다]

애플 아이폰을 매년 1억대 이상 위탁 생산하는 대만 전자업체 폭스콘(훙하이정밀)이 애플과 합작으로 미국에 70억달러(약 8조2000억원) 규모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 등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압력에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애플과 그 외국 협력업체까지 백기를 드는 양상이다.

궈타이밍(미국명 테리 궈) 폭스콘그룹 회장은 이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 2위 TV 시장인 미국에 TV패널 공장이 없다"며 "중국 등에서 들여오는 것보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궈 회장은 또 "애플도 디스플레이 패널이 필요해 공장에 흔쾌히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공장이 설립되면 3만∼5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애플이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컴퓨터와 아이폰을 만들기 바란다"고 했고, 취임 직전인 지난 18일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에 일부 컴퓨터 생산 라인만 갖고 있는 애플과, 대부분 공장을 중국에서 운영하는 폭스콘으로서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궈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한 연설에서 "이제 보호주의 물결을 거스르기 어렵고 경제가 정치에 지배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궈 회장은 "투자 조건 등과 관련해 미 연방·주(州) 정부들과 협의가 남아 있어 아직 (투자를) 약속한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미국산 휴대전화 가격이 5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가는 데 비해 값어치는 300달러에 그칠 것"이라며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폭스콘이 공장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투자 계획이라 미국에 3만~5만개 일자리가 생길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