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물이 가득 차 있는 걸 본 적이 없어유.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나…."

지난 22일 충남 보령시 주산면 보령댐 인근에서 만난 주민 이정희(52)씨는 "2년 전처럼 물을 마음대로 못 쓸까 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현재 댐 상류 쪽은 문제가 심각하다. 호수 바닥이 드러나 거북이 등처럼 갈라졌거나, 물이 빠져 잡풀만 무성히 자란 땅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지난 18일 충남 서북부 지역의 식수원 역할을 하는 보령댐 안쪽이 계속된 겨울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모습. 최근 6개월 동안 충남도의 강우량이 평년 대비 65% 수준에 그치면서 보령댐 저수율도 평년의 절반인 22.9%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령댐은 서산·보령·홍성 등 충남 서북부의 유일한 수원지다.

◇올 3월 보령댐 '가뭄 경계' 예상

보령댐은 충남 서부 8개 시·군(당진·보령·서산·서천·예산·청양·태안·홍성)에 물을 공급한다. 요즘은 영농철을 대비해 댐과 저수지에 물을 비축해 둬야 하지만, 작년 여름부터 가뭄이 이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최근 6개월(작년 6월 21일~올해 1월 23일) 동안 보령댐 유역에 내린 비의 양은 669㎜다. 1996년 보령댐 건설 이후 같은 기간 평균 강수량 1022㎜의 65% 수준이다. 현재 보령댐의 저수율은 총 저수용량의 22% 남짓이다. 비가 적게 내린 데다 보령댐으로 흘러드는 물의 유입량이 적은 것이 원인이다. 이달 20일부터 22일까지 보령에 눈 6.5㎝가 내렸지만 이는 강수량 6㎜ 정도의 효과에 불과하다. 한국수자원공사 보령권관리단 홍국표 대리는 "작년 8월 21일부터 보령댐에 가뭄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면서 "올 3월엔 가뭄 경계 단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계 단계에선 하천유지용수와 농업용수 공급을 줄이고, 심각 단계에선 일부 생활용수까지 제한한다.

◇4년째 가뭄… 주민 불안 커져

2015년 가뭄 땐 보령댐의 저수량이 총저수량의 18%까지 떨어졌다. 8개 시·군에서 제한급수가 시행됐다. 일부 수영장과 대중목욕탕은 영업을 중단했다.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주민 송순규(여·75)씨는 "그땐 지하수까지 말라 키우던 콩, 들깨가 다 죽었다"면서 "설거지할 물이 없어 추석 차례상에 일회용 접시를 올렸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충남은 2014년부터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매년 물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

충남도는 올해 다시 보령댐에 가뭄 경계가 내려지면 금강(백제보)~보령댐 도수로(導水路·총연장 21.9㎞)를 통해 하루 최대 11만5000㎥의 물을 공급할 예정이다. 보령댐의 하루 평균 용수 공급량 약 20만㎥의 절반쯤을 해결할 수 있어 제한급수까지 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도수로는 2015년 가뭄 위기가 닥치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정부에 건의해 긴급 공사로 만든 것이다. 당시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생략하고 예산을 지원했다. 작년 2월 22일 통수식과 함께 물을 공급하던 이 도수로는 가뭄이 풀리자 가동을 중단했다. 도는 물 공급 위기가 닥치면 즉시 도수로를 재가동할 수 있도록 시설 점검을 마치고, 정수 시설도 보강했다.

◇해수 담수화 등 수자원 확보해야

충남도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가뭄의 대비책으로 수자원 확보와 절수(節水)를 꼽는다. 서해 바닷물에서 염분을 걸러내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해수담수화 사업, 대청댐의 물을 충남 서부권에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금강(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도수로(총연장 31㎞)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물이 풍부한 지역과 모자란 지역을 연결해 수자원을 배분하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