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세곡동 은곡마을의 한 대형 마트 주차장 앞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이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오후 5시 강남구 세곡동 은곡지구 내 8층짜리 상가 앞. 지하 주차장 입구에 차량 10대가 40분이 넘도록 줄지어 서있었다. 상가 1층 대형 마트를 찾은 손모(58)씨는 "지하 주차장에 80대를 세울 수 있는데 상가 상인들 차만 주차해도 꽉 찬다"고 말했다.

보금자리 주택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로 인구가 5만명까지 늘어난 세곡동 세곡지구(법정동인 세곡동, 자곡동, 일원동 일대에 들어선 세곡1·2, 강남 보금자리 지구)가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차장법에 따르면 택지 개발 사업을 할 경우 전체 부지 면적의 0.6%를 공영·민영 주차장으로 조성해야 한다. 택지 개발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토지공사(SH)는 2013~2014년 세곡지구 내 5곳을 주차장 부지로 정해 4곳을 일반에 분양했다. 나머지 한 곳은 LH가 주택 홍보관으로 쓰고 있다. 강남구는 주차장 부지 5곳을 모두 개발하면 승용차 400여대 주차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땅 주인들이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주차장을 만들지 않고 있다. 강남구 측은 "땅 주인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일부러 땅을 놀리면서 매각 시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법적으로는 '몇 년 안에 주차장을 지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땅 주인이 주차장 터를 개발하지 않아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땅을 제3자에게 파는 것도 막을 길이 없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불법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세곡동의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입주가 시작된 2014년에 5152건이었는데, 작년 1만2193건으로 2년 사이 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에 불법 주정차와 주차장 부족으로 인한 민원 건수도 2044건(2014년)에서 4050건(작년)으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은곡마을 전원주택 주민 양모(60)씨는 "상가 차량이나 공사장 인부들 차량이 주차할 곳을 찾아 동네 골목으로 밀려온다"며 "자치위원회를 만들어 차단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강남구가 주차장 부지를 매입해 주차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곡동에서 교회를 운영 중인 한 목사는 "성남시는 도심 한가운데 빈집을 사들여 공영 주차장을 지었다"며 "구에서 주민을 위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