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공공 부문 충원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일자리를 131만개 이상 창출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131만개 중 81만개는 소방관·경찰·교사·복지공무원·부사관 등을 대폭 증원하는 방법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 기능과 규모를 키우는 '큰 정부'로의 전환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50만개는 법정 노동시간 준수와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날 일자리 구상에 기업을 통한 고용 창출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공공 일자리 비중이 OECD 평균(21.3%)의 3분의 1인 7.6%여서 이를 3%포인트만 올려도 81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고 했다. 소방·치안이나 복지 같은 행정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 밖의 유사 공무원이 많고, 유럽식 복지국가들과 우리 공무원 수를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다.

공무원 81만명을 늘리려면 연봉과 각종 부대 비용을 5000만원으로만 쳐도 연간 40조원이 필요하다. 올해 공무원 인건비 34조원보다 많다. 안 그래도 위험 수위에 근접하고 있는 재정 상태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전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세금 더 걷어 공무원 늘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스는 일자리 늘린다며 공무원을 늘려가다 멈추지 못해 노동인구 4명 중 1명이 공무원인 나라가 됐다. 정부 지출이 GDP의 절반을 넘을 정도였다. 공공 부문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은 결국 한계에 부닥쳤고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은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다.

일자리는 새로운 가치 창출과 동반될 때만 지속 가능하고, 그런 일자리는 기업만이 만들 수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기업을 압박해 투자하도록 하는 것도 진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20년째 국내에선 단 한 개의 생산라인도 늘리지 않은 현대·기아차도 미국에 3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공장 신증설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내에서 '일자리 불임(不妊)'인 한국 대표 기업이 미국에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게 진짜 일자리 창출이다.

기업만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사실을 세계의 모든 지도자가 안다. 기업을 우대하고 온갖 지원책으로 구애(求愛)한다. 한국은 기업 유치는커녕 밖으로 내쫓는다. 대권 주자들 어느 누구도 기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 후보들 경제 공약은 온통 경제민주화란 이름의 대기업 규제 강화 정책뿐이다. 어떤 후보는 4대 재벌 개혁을 내세웠고, 다른 후보는 재벌 해체를 요구했다. 대기업의 문제는 고쳐야 하고 이미 고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대중 정서에 편승하려 기업 때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