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는 17일 변론을 열어 정부 기밀 문건 등이 담긴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태블릿PC(jtbc가 제공)와 최씨의 검찰 진술 조서(調書)를 탄핵 심판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의 지시를 자세히 기록한 안종범(58·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에 대해선 안 전 수석이 수사·재판 과정 등에서 직접 확인한 일부분만 증거로 삼겠다고 했다.

이번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主審)인 강일원 재판관은 이날 "검찰 조서에 대한 최씨 변호인의 이의가 있어 (증거에서) 제외했다"고 했다. 최씨 변호인단은 그동안 최씨의 검찰 진술에 대해 "검찰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며 문제 삼아 왔다. 최씨가 사용한 태블릿PC와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역시 최씨나 박 대통령 측에서 '불법 수집 증거'라고 반발했던 것들이다.

대신 헌재는 이날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 46명의 검찰 진술 조서를 한꺼번에 증거로 채택했다. 이들은 변호인 입회하에 검찰 조사를 받았고, 변호인이 진술 조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헌재는 밝혔다. 이 중에는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차은택씨 등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대통령 지시로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운영에 관여했고, 청와대 내부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헌재가 채택한 검찰 조서에 포함된 46명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손경식 CJ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후원금을 낸 대기업 오너들도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검찰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재단이나 최순실씨에게 돈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헌재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태블릿PC 등이 증거로 쓰이지 않게 된 것은 박 대통령 측에 다소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사건 관련자들의 검찰 조서가 증거로 채택된 것은 대통령 측에 불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박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가 "검찰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심야 조사를 심하게 했다"고 하자 강일원 재판관은 "심야 조사에 대한 본인 동의서가 있다"고 했다. 서 변호사가 "검찰도 특검도 굉장히 조사를 강행…"이라고 하자 강 재판관은 말을 자르고 "다른 곳 얘기를 여기서 하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