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주한 미군 사드 배치가 부지 맞교환 지연 등으로 다소 늦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이르면 올여름 이전, 늦어도 연말까지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압박과 국내 대선 일정 등 정치적 변수까지 감안하면 사드 배치가 예정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방부, 대선 상황 우려

한민구 국방 장관, 신동빈 롯데 회장.

국방부는 반드시 예정대로 연내에 사드 배치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군 관계자들은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사드 배치를 철회할 경우 한미 동맹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사드 배치를 이제 와서 돌릴 수는 없다"고 했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최근 "사드 배치는 굳건한 한·미 동맹의 상징"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롯데 측에서 사드 부지를 넘겨받는 절차만 마무리되면 이후에는 정부 의지대로 일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애초 계획한 '연내 사드 배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드 부지가 확보되면 그 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에 터를 제공하고 설계 및 환경영향평가, 기지 건설 등 과정을 거쳐 사드가 배치된다.

롯데골프장은 기지 기반 시설이 이미 상당 수준 돼 있어 공사에 긴 시간도 필요하지 않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부지 확보와 환경영향평가 절차만 애초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밝힌 '7,8월쯤 배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는 지금도 올여름 이전에 배치 절차가 마무리되길 기대하고 있다. 시간을 끌수록 논란만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군도 한국 측 준비가 끝나면 최대한 빨리 미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는 사드 포대 4개 중 한 포대(미사일 발사대 6기)를 한국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사드 포대는 C-17 등 대형 수송기로 공수할 수 있어, 미군 수뇌부의 명령 이후 며칠 내로 한반도 배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이 롯데 측을 계속 압박하고 대선이 4,5월쯤 조기에 치러지면 이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국방부는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드 배치 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무리하게 추진하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 배임 걱정에 협상 지연' 분석도

사드 포대 예정지인 경북 성주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매우 곤혹스러워한다. 롯데는 이날 "국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중국 측의 '사드 보복'이 현실화되면 국내외 중국 사업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부지 교환과 관련된 구체적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사드(THAAD) 배치, 국내외 갈등 고조]

롯데는 한민구 국방장관이 사드 부지 교환 문제를 담판하려 신동빈 회장과 회동을 타진했지만 무산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 "국방부에서 그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롯데 관계자는 "국방부와 협의에 따라 사드 부지 관련 감정 평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평가액 공개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적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상사의 이사회 개최 지연도 "평가액 산정이 늦어졌기 때문으로, 다른 배경은 전혀 없다"고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방부가 부지 맞교환 방식 대신 토지 수용 방식을 취했으면 롯데가 지금처럼 중국에 부담감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토지 수용 방침에 따라 흑자 골프장의 문을 닫아야만 하는 기업의 입장을 중국 측에 설명하며 양해를 구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국방부는 토지 수용 방식이 기간이 오래 걸리고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맞교환 방식을 택했다. 재계에서는 롯데와 국방부간 협상이 늦어지는 배경에는 롯데가 향후 배임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감정가 산정 등에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롯데는 최근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과 전세기 운항 불허, 화장품 수입 제한 등 중국 당국의 압박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 등으로 번질 경우 대중(對中)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현지 롯데 계열사 사업장에 대해 불시 세무조사와 소방·위생 점검 등을 벌였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면세점 매출의 70%가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나온다"며 "이들에게 '롯데=반중(反中) 기업'이라고 낙인찍히면 치명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