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최순실(61)씨는 16일 오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언 과정에서 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냈다. 고씨가 언론 등에서 밝힌 진술은 ‘조작’이라고 맹비난했고, 고영태씨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예 “고영태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최씨는 이날 오전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고씨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시인하지 않았다. 최씨는 고씨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고영태의 진술은 조작이어 답변할 수 없다”, “오래 돼서 기억나지 않는다”, “(고씨의 증언은)신빙성이 없다”고 답했다.

최 씨는 이날 국회 소추위원 측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을 제작했던 서울 강남구의 의상실에 대해 “그 의상실은 고영태 명의로 임차했고, 고영태 진술 의하면 증인(최순실)이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50만원을 냈다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고영태 증언은 진실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또 “당시 의상실 직원 네 명의 급여가 1500만원쯤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것을 증인이 지불했느냐”고 묻자, “고영태 진술은 신빙성 없고 이미 계획된 걸로 제가 봐서 고영태 진술에 대해 답할수 없다”고 말했다.

고영태와 관련된 부분만 나오면 최씨가 무조건 답변을 거부하자 소추위 측은 “고영태 진술을 묻는게 아니라 객관적 사실 묻는 것”이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그러자 최씨는 “(고영태와 관련된 사안은)오래 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최씨의 집에서 노태강 문화체육부 국장 관련된 메모가 나온 이유에 대해 묻자 “고영태… 이런 사람이들이 문서라고 갖다놓고 한 것에 대해선 저는 다 신빙성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영태가 진술한 내용을 모두 ‘허위’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또 해외 여행 때 고씨가 관세청으로부터 편의를 제공 받도록 도와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또 고씨와 관세청 직원을 청담동 커피숍에서 만나게 해준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고영태 말은 진실성이 없기 때문에 하나도 대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최씨의 거듭된 부인에 소추위원 측이 ‘그럼 이상기씨(관세청 과장)를 만난 적 있으냐’고 묻자 최씨는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왜 답변을 못하느냐’는 질문에 “고영태 이야기(를 근거로 질문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씨와 관련된 것이라면 ‘부인’ 수준을 넘어 아예 ‘답변’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최씨는 오후에 진행된 신문에서는 “고씨가 내게 반감을 갖고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고영태와 왜 사이가 나빠졌느냐”는 질문에 “애완동물 문제로 사이가 나빠졌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고영태가 밖에서 뭔가를 꾸미는 것 같고, 더블루케이 하면서 더 이상 같이 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관계를 정리했더니 그에 대한 반감으로 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최씨와 고씨가 함께 만든 회사로 알려진 고원기획에 대해서는 “나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독일에 8조가 있다든지,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든지, 정유라가 딸이 아니라든지, 아들이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든지하는 터무니없는 루머에 시달리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아들도 없는데…말도 안되는 의혹 때문에 너무 억울해서 지금 산 목숨이 아니다”라며 “도저히 한국에서 살 수가 없다”고 말하며 흐느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