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도쿄(일본), 서정환 기자] 일본농구의 심장에서 개최된 올스타전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2017 일본프로농구 B리그 올스타전 15일 오후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개최됐다. 블랙팀이 화이트팀을 117-95로 누르고 초대 올스타전 우승을 차지했다. 16점, 6어시스트로 승리를 이끈 도가시 유키(23, 지바 제츠)가 MVP를 수상했다. 올해 통합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B리그는 성공적인 올스타전 개최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 일만석 모두 매진...표가 없어서 못 팔아 

일만 명을 수용하는 요요기 제1체육관에 만원관중이 몰려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가장 싼 입장권 좌석이 약 3만 원이었다. 코트와 가장 근접한 1층 좌석은 10만 원이 넘었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입장권 수익만 해도 5억 원이 훌쩍 넘는 대형 스포츠이벤트였다. 경기장 주변에서 혹시나 남은 입장권이 있나 알아보고 발길을 돌리는 팬들도 제법 있었다.

B리그는 올스타전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 공을 들였다. 통합 B리그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대형행사였기 때문이다. 많은 부분에서 NBA 올스타전을 참관하고 그대로 옮기려 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 십 명의 댄서들을 동원한 개막공연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미리 보는듯했다.

하프타임에는 인기 6인조 걸그룹 ‘Flower’가 공연을 펼쳤다. 2016년 9월에 발매된 앨범이 오리콘 차트와 빌보드 재팬에서 1위를 차지한 최정상 그룹이다. 미국에서 NBA 올스타전이나 슈퍼보울 하프타임 공연은 최고의 가수만 설 수 있는 무대로 꼽힌다. B리그도 이를 벤치마킹해 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수 섭외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 ‘덩크슛 쾅쾅’ 양궁농구 없더라 

선수들은 B리그를 상징하는 블랙팀과 화이트팀으로 나눠 경기를 펼쳤다. 블랙팀에는 B리그를 대표하는 신구 포인트가드 도가시 유키와 다부세 유타가 한 팀에서 뛰었다. 두 선수가 입장할 때 팬들의 함성소리도 가장 컸다. KBL로 따지면 김선형, 양동근 정도 되는 선수들이다.

선수들도 뭔가 보여주려고 의욕이 넘쳤다. 하리모토 덴케슈는 야심차게 투핸드 덩크슛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웃음을 자아냈다. 곧바로 블랙팀의 구마게 나디아가 호쾌한 리버스 덩크슛을 꽂았다. 미국 유학파인 도가시 유키는 스핀무브에 이은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일제히 여성 팬들의 함성이 터졌다. 얌전하기로 소문난 일본 관중들도 큰 소리를 질러가며 농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농구의 꽃’ 덩크슛도 외국선수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다나타 다이키 등 191cm의 일본 선수도 기회만 되면 가볍게 림을 흔들었다. 토가시 유키는 화려한 개인기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외국선수 힐튼 암스트롱을 제치고 들어가 시도한 더블클러치는 백미였다. 외국선수가 작은 일본선수를 번쩍 들어 덩크슛을 시켜주기도 했다. 무성의한 3점슛만 난무하는 KBL올스타전보다는 확실히 보는 재미가 더했다.

▲ 팬들을 위해서라면...유명 여배우까지 섭외 

팬들의 재미를 위한 새로운 시도도 많아 흥미를 자아냈다. 하프타임 공연이 끝나자 대형전광판을 통해 라커룸에 있는 선수들이 무엇을 하는지 비춰줬다. 선수들이 간식을 먹다가 카메라를 보고 당황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팬들이 평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것을 알려주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두 명의 유명 여배우가 각각 한 팀씩 맡아 올스타전을 어떻게 응원하는지 추적하는 카메라도 있었다. 선수들이 멋있는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여배우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노출됐다 여배우들 마다 전담 카메라맨 한 명이 쫓아다녔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수지가 청팀을 응원하고, 설현이 백팀을 응원하는데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셈이었다. 미소녀를 좋아하는 팬들까지 농구로 끌어들이겠다는 발상이 참신했다. 국내도입이 시급했다.

덩크슛 대회의 우승자를 팬들의 SNS 투표로 가리는 방식도 신선했다. 팬들이 투표를 위해 자연스럽게 SNS에 가입해야 하기에 파급효과가 좋았다. 투표결과 아이라 브라운이 55%의 지지를 얻어 챔피언이 됐다. 항상 덩크슛 대회와 MVP 투표에서 잡음이 많은 KBL에서도 적극 도입해보면 어떨까 싶은 제도였다.

김영기 총재, 이성훈 사무총장 등 KBL 관계자들도 KGC인삼공사가 출전한 동아시아 클럽 챔피언십을 관전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했다. KBL 관계자들은 B리그 올스타전을 관전하지 않고 15일 오전 한국으로 귀국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도쿄(일본)=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