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주말 ‘촛불 집회’와 이에 맞서는 ‘태극기 집회’가 14일 서울 도심 일대에서 열렸다.

노동·사회 단체로 이뤄진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30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완의 혁명, 촛불로 승리하자’는 이름으로 제 12차 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최강 한파를 기록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12차 주말 촛불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국정 농단 사건 관련 인사들의 처벌, 최씨 등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 구속 등을 요구했다. 주최측은 오후 8시30분 기준 14만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7시부터 청와대·총리 관저·헌법재판소 방면 등 4개 방면으로 행진했다. 최순실씨 등에 대한 대기업의 특혜성 지원 의혹과 관련 종로구 SK그룹 본사와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빌딩 앞을 지날 때는 “재벌 총수 구속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종철 열사 30주기 국민대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앞서 1987년 1월 14일 고문치사 사건으로 사망한 고 박종철씨 30주기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에는 박씨의 친형 박종부씨를 비롯해 6월 항쟁 당시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씨, 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씨 30주기를 맞아 생전 사진과 집회 모습·물고문 현장 사진 등이 전시되는 추모전시회도 마련됐다.

이달 7일 촛불집회 현장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 체포 등을 요구하며 분신한 정원스님(속명 서용원·64) 시민사회장 영결식이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지난 7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박 대통령 체포 등을 주장하며 분신해 사망한 정원스님에 대한 영결식도 열렸다.

한편,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 단체들은 촛불 집회에 맞서는 ‘태극기 집회’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개최했다.

대통령 탄핵반대를 주장하며 14일 서울 대학로에서 집회를 벌인 시민들이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부터 혜화역 앞에서 ‘9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서울광장까지 행진해 집회를 이어갔다.

올 겨울 최강 한파임에도 60~70대가 대다수인 참가자들은 두꺼운 겉옷과 장갑, 손난로 등 방한 용품으로 무장비를 한 채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 “특검 해체”를 외쳤다.

‘탄기국’ 집회에 앞서서는 같은 장소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기독교 범국민운동본부’ 등 기독교 단체도 별도의 집회를 열었다. 집회 측은 이날 집회에 10m 길이 대형 십자가를 동원하고 참가자들에게 태극기와 태극기 배지·스티커도 무료로 나눠줬다.

이날 탄핵 반대집회를 주최한 ‘탄기국’과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주최측 추산 참가인원을 각각 120만 명과 3000명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주말마다 열리는 박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 인원 집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경찰은 14일부터 아예 자체 추산 인원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3일 “기존에는 언론에 30분 또는 1시간 단위로 일시점 운집 인원을 공개했고, 최근에는 가장 많이 모였을 때 한 번만 공개했으나 자꾸 혼란만 야기돼 경찰 추산 인원을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통보했다.

새해 첫 주말이던 지난 7일 광화문 촛불집회는 주최 측이 누적 인원 60만명, 경찰은 최다 2만4000여명 참가로 추산했다. 친박 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는 주최 측 추산 약 102만명, 경찰 추산 3만7000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