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회 변론기일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본인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 기존의 청와대 입장을 반복했고,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 농단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1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이 행정관은 “나는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쯤 TV 뉴스로 내용을 알게 됐다”며 “대통령 수행 업무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에서 (대통령) 관저로 올라갔다”고 답변했다.

이 행정관은 "(관저에 올라간 시간이) 오전 10시쯤인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 대통령도 관저 집무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날 오전에 대통령을 직접 대면한 기억은 없다”며 “오후에 청와대 보고 문건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러한 답변은 지난 5일 진행된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과 같이 청와대 관저에서 비공식 업무를 했다"고 답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또 이 행정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엔 안봉근 전 비서관을, 오후엔 정호성 전 비서관을 관저에서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세월호 당일에 대한 청와대와 윤 행정관의 기존 답변과 다르지 않다.

이 행정관은 이날 변론에서 “대통령 경호 업무로 알게된 사실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며 대부분의 질문에 대답을 회피했다.

그는 특히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청와대에 언제 얼마나 자주 드나들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한철 헌재 소장과 강일원 주심 재판관이 “국가 안보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면 증언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변론이 끝날 때 까지 “대통령 경호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답하지 않았다. 이에 강 재판관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며 “경호학 전공 박사학위를 가진 증인이 (무엇이 기밀이고 아닌지에 대한) 기준을 말해달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한편 이 행정관은 대통령의 의상실 대금과 관련해 검찰 조사 때와는 다른 증언을 해 위증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행정관은 “신사동 의상실에서 의상 대금을 본인이 지급한 적 있냐”는 질문에 “금액을 전달한 적은 있다”고 답변했다. 이 행정관은 이어 “당시 의상 비용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며 “대통령이 돈이란 말씀 없이 서류 봉투를 줬고, 그걸 만졌을 때 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 행정관이 검찰 조사에서 “의상 대금을 지급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이 문제 제기하자 이 행정관은 “너무나 경황이 없고 긴장돼 어떻게 발언해야 할지도 몰라 발언을 제대로 못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이 행정관은 이밖에도 본인이 청와대 근무시 지인 명의의 차명폰을 썼고, 핸드폰에 최순실씨는 ‘선생님’,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S1’이라는 명칭으로 저장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행정관은 최순실씨가 의상실을 드나들 때 수행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이 ‘TV조선’ 보도로 공개돼 주목을 끈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