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김건희(29)씨는 지난 3일 중국 유학 중인 동생을 만나러 가려고 중국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안경 쓴 사진을 제출하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예전에 몇 번이나 안경 쓴 사진으로 비자를 받았는데, 왜 갑자기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중국 비자 발급 대행센터를 운영하는 김대원씨는 "최근 중국 비자를 신청한 사람 중 40%가량이 사진 때문에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있다"며 "이렇게 무더기로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경우는 예전엔 없었다"고 했다.

올해부터 중국이 자국 비자를 신청할 때 제출하는 사진 요건을 강화하면서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대사관에 따르면, 뿔테나 색안경 등 얼굴을 많이 가리는 안경을 쓰거나 모자, 스카프 등을 착용하고 찍은 사진으로는 비자를 신청할 수 없다. 안경 그림자가 얼굴에 지거나 안경알에 빛이 반사돼 얼굴 일부가 가려지는 사진도 안된다.

중국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자 일각에선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대사관은 "올해 1월 1일부터 전 세계 공관에 동시에 적용하는 규칙으로, 지금의 한·중 관계와는 아무 관계없다"고 밝혔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중국 비자를 받으려면 강화된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주·캐나다·태국 등에 있는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이처럼 비자 발급용 사진 요건을 강화한다는 안내문이 떠있다. 주한 중국 대사관도 이런 내용을 지난달 15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진 요건이 강화됐다는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또 중국 측의 설명과 달리 뿔테나 색안경이 아닌 금테나 은테 안경을 끼고 찍은 사진도 거부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중국 비자 발급을 대행하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안경 낀 사진뿐 아니라 다른 이유로 트집 잡아서 비자 신청을 취소시키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중국 비자를 신청할 때 과거보다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