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0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는 자주권에 관련된 문제로 중국이 반대해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이 중국을 (대북 제재로) 견인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실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회동한 결과를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플린 내정자와 만나 사드 배치를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한·미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플린 내정자는 작년 12월 "사드는 한·미 동맹의 상징"이라고 했었다. 김 실장은 "플린 내정자가 한·미 동맹을 '찰떡 공조(sticky rice cake)'에 비유하면서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고도 했다. 플린 내정자의 부친은 6·25 전쟁 참전 용사다.

김관진(왼쪽 셋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트럼프 백악관의 마이클 플린(오른쪽 둘째)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9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차질없는 한반도 배치를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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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사드 배치는 (중국 반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한·미는) 반드시 배치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미국도 사드 배치의 정당성에 대해 중국을 더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중국을 견인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면서 "플린 내정자는 '대북 제재에 중국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것과 '대북 제재를 회피하거나 위반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김 실장은 "플린 내정자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하고 시급한 안보 현안이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북핵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기로 했다"고 말했다. 플린 내정자는 면담 중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올린 트위터 글을 인용하면서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을 예고한 것과 관련, 김 실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강한 메시지'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한 메시지'와 관련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것을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회동에서 부산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싼 한·일 갈등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김 실장은 밝혔다.

김 실장은 이번 방미 기간에 플린 내정자를 비롯해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에드 로이스(공화당) 하원 외교위원장,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등을 만났다.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 대표단이 플린 내정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11월에는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이, 12월에는 임성남 외교부 1차관 등이 각각 플린과 만났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도 북핵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데니스 맥도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 9일 미국 공영방송 P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처음부터 북핵이 최우선 순위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한편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도 이날 워싱턴에서 트럼프 인수위원회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톰 마리노 하원의원(공화·펜실베이니아)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마리노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지속할 경우 현재까지와는 현저히 다른 강력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