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스캔들]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최기식)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소프트웨어(ECU) 조작과 환경 인증을 제대로 받지 않은 차량을 수입한 혐의 등으로 요하네스 타머(62·독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한국지사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1월 환경부가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문제를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고발장을 낸 지 1년 만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영향으로 지난해와 올해 초 포르셰와 닛산도 '시험 서류를 조작했다'고 자백해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은 지난 2013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 연구팀이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조사가 시작돼 2015년 배출가스 저감장치 소프트웨어 조작 사실이 드러나며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됐다. 우리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폴크스바겐의 불법 행위는 2008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9년간 벌어진 일이다. 미국에서 문제가 드러나기 훨씬 전부터 폴크스바겐이 국내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소비자들을 속여왔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입한 아우디 등 경유차 15종은 ECU가 조작된 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의 차량 결함 검사 실험 주행에선 ECU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에어컨을 끄거나 주행 조건이 바뀌면 ECU가 중단돼 질소산화물(NOx)이 과다 배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1년 환경부가 이를 적발했으나, 폴크스바겐은 리콜 등 조처를 하지 않고 환경부가 요구한 서류 등을 제출할 수 없다고 버티며 계속 불법 행위를 해왔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 수사에선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인증시험 과정에서 탈락하자 관련 부품을 임의로 변경한 사실도 적발됐다. 폴크스바겐은 7세대 골프 1.4TSI 차량이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해 불합격 통보를 받자, 몰래 ECU 관련 장치를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갑자기 시험을 통과한 것에 의문을 품은 환경부가 설명을 요구하자 '시험 차량 한 대에서만 발생한 문제다'는 식으로 거짓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은 인증 작업이 서면 심사로만 이뤄지는 점을 악용해 폴크스바겐이 2010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골프 등 차량의 배출가스·소음 시험 서류 등 149건을 조작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배출가스·소음 신고 등에 필요한 시험 서류를 본사로부터 제때 받지 못하자 신차 출시일을 맞추기 위해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타머 총괄사장 등 이번에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들은 이런 조작 사실을 알면서도 차량을 판매해 왔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수사 과정에서 독일 본사가 개입한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폴크스바겐 독일 본사는 한국 지사가 ECU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을 알고도 거짓 해명서를 환경부에 제출하라고 지시했고, 이로 인해 독일 본사 임원이 국내에서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검찰 수사 기록 등을 검토해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수입하는 32개 차종 80개 모델의 인증을 취소하고 판매를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