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前대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아 대규모 인명 피해를 일으킨 제조·판매사 임직원들이 6일 1심에서 대거 실형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8부(재판장 최창영)는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을 만들어 판 옥시 전 대표 신현우(69)씨와 전 연구소장 조모(53)씨에게 각각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만든 오유진(41)씨에게도 징역 7년을 선고했고, 위탁 제조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김원회(62) 전 홈플러스 본부장과 노병용(66) 전 롯데마트 본부장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금고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존리 전 옥시 대표에게는 "제품 안전성을 의심할 만한 보고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 보고 관계에 있는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수사가 유죄를 선고하기에 부족했다는 것이다.

옥시는 1994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는데 2001년부터 독성 물질인 PHMG가 들어갔다. 신 전 대표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옥시 대표를 지냈다. 2010년까지는 존리씨가 대표를 맡았다. 옥시 제품이 잘 팔리자 다른 회사들도 제조·판매에 뛰어들었다. 이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껏 검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옥시 제품 177명(사망자 70명), 롯데마트 제품 41명(사망자 16명), 홈플러스 제품 28명(사망자 12명), 세퓨 제품 27명(사망자 14명) 등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가 접수한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당초 '원인 미상의 괴질'이라고 불렸다. 2006년 초부터 의학자들이 추적 조사에 나섰고, 정부 당국은 2011년에야 괴질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고 확인했다. 정부가 '살인 가습기 살균제'를 10년 넘게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제조·판매사들은 원인이 밝혀진 후로도 5년이나 흐른 지난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자 피해자들에게 '마지못해' 사과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임성준(14)군의 어머니 권미애(41)씨는 신현우 옥시 전 대표 등이 징역 7년 등을 선고받자“성준이는 12년째 이렇게 (호흡기에 의존한 채) 살고 있는데 고작 징역 7년이 말이 되느냐”고 말하다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는 "독성 물질 PHMG 로 인해 피해자들의 폐 손상이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신현우씨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제품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이에게도 안심' 같은 거짓 광고를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이들을 위해 제품을 사용했던 부모들이 평생 자책하고 있다. 그 고통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며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엄한 책임을 묻는다"고 했다.

이날 선고가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과 복도는 유족과 피해자들로 가득 찼다. 재판부가 신씨 등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유족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5년 전 두 살배기 딸을 먼저 떠나보낸 김아련(39)씨는 "옥시 제품에 있던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 때문에 아이를 잃었는데 관련자에게 무죄라니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사는 임성준(14)군의 어머니 권미애(41)씨는 "성준이는 12년째 이렇게 살고 있는데 고작 징역 7년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28개월 아이와 배 속의 태아를 잃은 이옥순(39)씨는 "우리 아이가 '엄마 아파, 숨이 안 쉬어져'라고 하고 싶었을 텐데, 너무 어려 그 말도 못 하고 세상을 떴다"고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