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가 열리고 있다. 올해 주인공은 중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3800여개 참가 기업 중 3분의 1가량 되는 1300여개가 중국 기업이다. 우리는 중국의 10분의 1 정도다.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이름조차 생소하던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드론, 3D 프린터 같은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등장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경쟁하는 중국계 전기차업체 패러데이퓨처의 자율주행차 공개 행사에는 각국 기자들이 몰렸다. 창업 10년 만에 세계 1위 드론 업체가 된 중국의 DJI를 비롯해 드론 전시관은 중국 업체들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CES 행사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기조 연설자에는 중국 화웨이 대표가 초청됐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인터넷 기업 바이두는 미국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 엔비디아와도 손잡고 자율주행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 중국 IT 산업의 요람이라 불리는 선전의 벤처기업들도 대거 참가했다. 중국의 기술 굴기(崛起)를 한눈에 보여준다. 우리나라 참가자들은 "두렵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기술 등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기술 혁신 시대다. 독일은 2011년부터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국가 전략으로 제조업을 '스마트 공장'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일본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세상인 '소사이어티 5.0' 목표를 세웠다. 기술 혁신 왕국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중국조차 한국의 추격자에 머물러 있지 않다. 하루 1만개꼴로 창업이 일어나는 중국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 기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발 빠르게 대처해 세계 10위권까지 도약했던 한국 경제가 지금 4차 산업혁명 문턱에서 국내외의 온갖 악재에 걸려 있다.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놓친다는 것은 미래를 잃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