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5일 대선 공약으로 검찰·국정원·청와대 등 이른바 '권력기관'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는 수사권을 검찰에서 떼내 경찰에 넘기고 검찰에는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2차 수사권만 보장하겠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분리는 과거에도 반발과 충돌로 실패했다. 문 전 대표는 그래서 당선되면 정권 초기에 빠르게 해낼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검찰 개혁 이유로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제어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을 지금의 모습으로 전락시킨 것은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을 이용한 대통령이었다. 문 전 대표도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 자체를 제한해야 하고 검찰은 별도 기관으로 견제해야 한다.

문 전 대표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북한·해외·테러·국제범죄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형 CIA로 전환시키겠다고 했다. 간첩 수사는 경찰에 안보수사국을 둬 맡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해온 온갖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볼 때 불가피한 방향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는 기계적으로 분리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국정원 개혁은 어떤 경우에도 대북(對北) 정보 수집 역량을 최대한으로 올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고 청와대는 전면 개방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일정도 24시간 공개하겠다고 했다. 지금 청와대는 위치와 구조 자체가 '일하는 곳'이 아니라 '위세 부리는 곳'이다. 다만 집무실 변경이 새로운 불편을 초래해선 안 된다. 우선순위를 보좌진과 대통령 간 거리를 없애는 데 두고 비서실 조직을 혁명적으로 축소해 권부(權府)라는 말 자체를 없애야 한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경호실을 경찰로 옮기고 경호실장 직급도 장관급에서 국장급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경호실의 비대 현상도 시정돼야 한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하는 모든 인사도 추천부터 임명까지 모두 실명으로 기록을 남기겠다고 했다.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도 선거 때마다 비슷한 공약을 했다가 집권만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만 해도 검찰 중립성 보장, 검·경 수사권 조정, 장관에게 부처의 모든 인사권 부여 등을 약속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문 전 대표 아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 나온 약속들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