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규 前 육군참모총장·육군협회 부회장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 대사관 공사는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은 핵개발 완성 시간표까지 정해놓고 위험천만한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 주로에 들어섰다"며 "2017년 말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올해를 핵개발 완료 시점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미국에선 대통령 선거 후 정권 인수가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올해를 안보 취약기라며 우려해온 것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해준다.

지난해 12월 국회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에도 일부 세력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 하야를 부르짖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며 헌법적 절차를 존중해야 할 때다. 여론과 정치적 압력에 떠밀려 대통령을 하야시킨다면 대한민국은 더이상 법치국가라 할 수 없다.

또한 자발적 시민 참여로 진행돼 온 촛불 집회가 정치 집단들의 당리·당략에 따라 권력 장악 수단으로 작용해서도 결코 안 된다. 최근에는 촛불 민심에 편승해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형 집행 중인 자를 석방하라는 주장과 함께 홍보물이 공공연하게 나붙고 있는 상황이다. 집회의 순수함이 왜곡되고 진정성이 훼손될까 우려된다.

북한은 현재의 정치적 혼란을 도발의 호기로 오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 북한 김정은은 특수전 부대의 청와대 타격 훈련을 참관했다. 과거 북한이 우리의 사회적 혼란을 도발 기회로 악용해 왔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중대한 국가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인식하고 차분하게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은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항모 전단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서태평양까지 진출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제는 안보에 대한 촛불을 밝혀야 할 때다.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한 채 편 가르기식 대립과 갈등이 지속된다면 북한 김정은 집단만 이롭게 할 뿐이다. 모두 냉정을 되찾고 제 위치에서 국가의 안위와 미래를 위해 합심해야 한다. 특히 군은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