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누구?]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긴급 체포했다. 특검은 문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이던 지난해 두 삼성 계열사의 합병에 사실상 찬성하라는 압력을 가했다는 복지부 관계자들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합병 반대 의견이 나올 가능성 있는 의결권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올리지 말고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독자 결정하라는 취지로 주문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개별적인 의결권 행사에서 복지부 장관이나 관료들이 개입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복지부는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기금 전체의 운용 틀을 정하는 데만 관여하고 일상적인 기금 운용은 기금운용본부에 맡겨왔다. 그렇다고 문 전 장관이 안건을 의결권 전문위에 올리지 말도록 지시한 것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긴 쉽지 않다. 복지부 장관은 관련법상 기금 운용의 최종 책임자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안건 처리 절차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문 전 장관이 삼성 측 청탁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합병을 성사시킬 목적을 갖고 개입했다면 범죄 행위가 된다. 특검은 이런 의혹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수사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문 전 장관을 긴급 체포했다는 것이다. 특검의 수사 방향대로 입증된다면 중범죄가 아닐 수 없다. 개별 기업의 사적(私的) 이익을 위해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사건 처리가 국민 정서에 휩쓸려 포퓰리즘으로 흐를 위험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7월 삼성 합병 당시 압도적 다수의 전문가들과 투자기관, 언론이 합병을 지지했다. 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 펀드가 주도한 합병 반대론이 국익을 해친다는 논리에 이의를 다는 여론은 소수에 불과했다. 실제로 국민연금 말고도 외국인과 소액 투자가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주가 합병 찬성에 표를 던졌다. 순수 기금운용 논리로 보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정책적 판단을 사후적으로 문제 삼는다면 그것은 대중의 분노에 올라탄 마녀사냥일 뿐이다.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특검은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나 로비가 있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다만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다른 가능성에는 눈을 감은 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우(愚)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