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울산의 한 예비군부대에서 폭발사고를 일으킨 폭음통

지난 13일 울산 북구 육군 53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는 대대장 지시를 받은 장병들이 훈련용 폭음통 1600개에서 분리해 바닥에 버린 5㎏ 화약이 철재 도구가 마찰하면서 생긴 정전기와 만나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군이 밝혔다.

육군 53사단 헌병대는 1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훈련용 폭음통은 길이 5㎝, 지름 1.5㎝에 7㎝ 길이 도화선이 달렸다. 폭음통 1개에는 3g 화약이 들어 있다. 불을 붙이면 포탄이나 수류탄이 터지는 것 같은 소음을 낼 수 있어 군 훈련에 사용된다.

헌병대에 따르면, 이 부대 탄약관 이모 중사는 지난 11월 말 훈련 일지에 폭음통을 제대로 소모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한 뒤 정보작전과장에게 “탄약 검열에 대비해 폭음통을 소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를 받은 대대장은 폭음통의 폭발력 등 위험을 알면서도 “위험하지 않게 비 오는 날 여러 차례 나눠 소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중사는 폭음통을 하나씩 터트리지 않고, 화약을 분리해 버리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 중사는 해당 부대 소대장에게 도움을 청했고, 소대장은 지난 12월1일 시가지 전투장 내 구조물 옆에서 장병 4명과 함께 폭음통 약 1600개에서 5㎏ 상당의 화약을 분리해 바닥에 버렸다. 당시 이 중사는 인근에서 다른 일을 처리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장병들은 지난 13일 오전 낙엽 청소를 마치고 식당에 가면서 갈퀴나 삽 등을 바닥에 긁으면서 걸었다. 헌병대는 이 과정에서 정전기가 발생해 화약이 점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헌병대 관계자는 “사고 후 ‘12월 1일 장병들이 훈련용 폭음통 화약을 분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 해당 부대 탄약관 이모 중사 등을 추궁했다”며 “처음에 이 중사는 ‘폭음통을 부대 도로 등에 던져 소모했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화약을 분리해 바닥에 버렸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헌병대는 “대대장과 정보작전과장, 소대장, 탄약관 모두 조사 대상”이라며 “고막이 파열된 장병 4명이 추가로 확인돼, 현재 10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발목 골절과 얼굴 화상을 입어 중상자로 분류됐던 이모(21) 병사는 발가락 3개가 절단됐다. 이번 사고로 인한 총 부상 장병은 28명인데, 18명은 약 처방만 받고 부대로 복귀했다.

지난 13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울산시 북구 예비군훈련부대의 시가지 모형 전투장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