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가 당권(黨權) 고수 의도를 굳혀가고 있다. 이에 따라 친박계와 비박계는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친박계는 13일 계파 모임을 출범시키며 당권을 지키기 위한 세 규합에 들어갔다. 비박계도 탈당보다는 당권 투쟁 쪽으로 일단 가닥을 잡았다. 양측은 오는 16일 새 원내대표 경선에서 1차전을 벌인다.

'親朴결성체' 출범 - 새누리당의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맨 왼쪽)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통합과 혁신 보수 연합’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친박계는“배신과 분열의 정치를 타파하겠다”며 이 모임을 발족했다.

비박계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 즉각 퇴진을 거듭 요구하고 14일 의원총회를 소집하라고 했다. 이들은 "중도 성향 원내·외 인사들을 더 모아 세력 확대에 나서겠다"며 비상시국위의 발전적 해체를 결정했다. 회의에선 '집단 탈당 이후 신당 창당' 방안도 거론됐다. 특히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사당(私黨)이 된 새누리당으로는 희망이 없다"며 탈당을 주장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 등 다수는 "우선은 당에 남아 당 개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탈당에 앞서 당내 투쟁을 벌이기로 뜻을 모았다.

비박계의 이런 결정에는 지난 9일 탄핵 표결 때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찬성표가 최소 62표로 나타나 친박계로 추정되는 반대표 수(56표)를 넘어섰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비박계 중진 의원은 "중도파 의원들을 규합하면 비박계가 확실한 수적 우위에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수 정당의 전통 등 정치적 자산을 친박 손에 넘겨준 채 당을 나갈 수 없다는 현실적 계산도 깔렸다. 비박계는 565억원에 이르는 새누리당 재산에 대해선 "국고에 헌납하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非朴 "새 모임 결성" - 새누리당 김무성·나경원(가운데) 의원 등 비박계 인사들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비상시국회의’회동을 가졌다.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해체를 선언하고 확대 개편한 새 모임을 만들어 친박계와 본격적인 대결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분당 열차' 올라탄 새누리당]

이에 맞서 친박계도 이날 "배신과 분열의 정치를 타파하겠다"며 '통합과 혁신 보수 연합'이란 계파 모임을 발족하는 등 역공에 나섰다. 서청원 의원은 모임 발족식에서 비박계를 향해 "(한때) 박 대통령을 '하늘이 내려준 인물'이라고 하다가 대번에 정치 보복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당을 차지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최순실의 남자들'도 내가 지킬 것"이라고 했다. 비박계 황영철 의원이 전날 서 의원 등 친박 핵심 의원 8명을 '최순실의 남자들'로 지목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친박 의원 8명은 이날 황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친박들은 김무성·유승민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도 검토 중이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오는 16일 치러지는 새 원내대표 경선에서 1차 세 대결을 벌인다. 양측은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당 주도권 향방을 가른다고 보고 계파 단일 후보 추대를 위한 회의에 들어갔다. 친박계에선 정우택 의원이 단일 후보로 거론되고, 비박계에선 나경원·주호영 의원 중 한 명을 맞세우는 방안을 논의했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경선을 통해 누가 당의 주인인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반면 비박계에선 "친박 의원들의 이탈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말도 나왔다. 이날 친박 계파 모임에 참석한 현역 의원 숫자가 애초 친박계가 발기인 숫자로 발표한 60여명에 훨씬 못 미치는 37명에 그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