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재학생은 5200명이었다. 한 학년 학생 수가 900명 가까이 됐고, 오전·오후반 2부제 수업도 모자라 3부제 수업을 했다. 지금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1~6학년 모두 합쳐 118명이다. 학년당 한 개 학급이고 학급 인원도 20명이 안 된다. 아이들 공부하는 환경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도심 공동화(空洞化)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 저출산 현상의 한 단면이다.

▶인구통계 집계가 시작된 1925년 이후 출생아 수가 가장 많았던 때는 1971년이다. 그해 태어난 아이가 102만4773명이다. 1970년과 1960년의 신생아 숫자도 각각 100만명을 조금 넘는다. 이 시기 학교는 적고 학생은 넘쳐났다. 복도에 책상을 놓고 공부하고, 운동장이 좁아 학년별 운동회를 했다. 1980년을 넘기며 신생아 숫자는 급속히 줄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을 폈다. 마침내 올해 신생아 숫자가 41만3000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다.

▶우리 저출산·고령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단기간에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 경북 의성군은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어린이 인구(0~14세)보다 5배 많다. 강원 강릉시는 초·중·고 학생보다 경로당·노인대학 다니는 노인 수가 1만명 많고, 전남 고흥에선 폐교(廢校) 자리에 노인 요양 시설이 들어섰다. 인구학자들은 2002년 이후 태어난 '한 해 출생 40여만 명' 세대가 결혼 적령기로 들어서는 2030년 이후엔 신생아가 20여만 명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60년 만에 5분의 1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섬뜩하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올해 3763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줄기 시작한다. 2020년부터는 매년 30만명씩 생산인구가 준다. 사회 생산력과 성장력이 저하된다는 의미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 문제를 겪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로 소비 절벽을 맞았고 경제의 장기 침체로 이어졌다. 아베 총리는 최근 내각에 인구 담당 부서를 만들고 결혼과 육아 대책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6년이다. 10년간 81조원을 투자했지만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탁상행정을 편 탓이다. 젊은이들 일자리, 주택,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저출산은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문제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공익광고 사진 속 지하철엔 지금 노약자석이 어린이석으로 바뀌어 있다. 거기 앉은 아이 2명을 노인 여러 명이 쳐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