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13일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넥슨 김정주 창업주로부터 4억2500만원을 받아 넥슨 주식을 산 뒤 검사장 승진 직후인 지난해 팔아 126억원을 챙겼다. 재판부는 그러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다른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126억원은 추징 대상에서 제외된다.

무죄 판결의 1차적 책임은 직무 관련성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검찰에 있다. 그러나 법원 역시 형식 논리에 치우쳤다는 느낌이다. 김정주씨는 애초 주식 대금을 무이자로 빌려줬다가 나중에 돌려받고는 다시 진 전 검사장 가족 명의 계좌로 돈을 송금해줬다. 선의로 준 돈이라면 굳이 이런 과정을 거칠 이유가 없다. 진 전 검사장은 더구나 처음엔 "투자 목적으로 샀다"거나 "돈을 빌렸다가 갚았다"고 하는 등 여러 차례 거짓말을 했다. 떳떳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는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같은 사람에게서 연간 300만원 이상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매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넥슨과 진 전 검사장 사이 주식 거래는 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의 일이어서 이 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 간부면 관할 구역이나 부서에 상관없이 전국의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형사사건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사업가가 검사에게 상당액의 금품을 건넸다면 바라는 게 있었다고 보는 게 상식일 것이다. 검찰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김정주씨와 넥슨 관련 20여 건의 사건이 검찰·금감원에 계류돼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가 주식을 줄 당시 넥슨은 한 해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 기업이었다. 비상장 주식이어서 보통 사람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가 없는 주식이었다. 법원은 그런 주식을 검찰 간부에게 줘 대박을 터뜨리게 해준 것을 단순한 우정의 증표로 봤다. 만약 청탁금지법 없는 상황에서 공직자와 업자들이 법원의 이 기준대로 행동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