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김석모 기자

"지금은 겨울이라 덜하지만,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또 도시 전체에 냄새가 가득 찰 텐데 큰일이네요."

내포신도시(홍성·예산)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충남도청 소재지인 이 신도시 옆에는 가축(소·돼지·닭) 12만4000여 마리를 키우는 농가 25개가 있다. 대부분 신도시 동쪽 경계 언덕에 있는 농가 축사에서 낮은 산과 구릉에 둘러싸인 내포신도시로 가축 분뇨 냄새가 한번 흘러들어 가면 빠져나가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올해 1~9월까지 홍성군청에 접수된 악취 민원만 183건이었다. "빨래도 바깥에 널지 못한다" "저녁을 먹다 숟가락을 내려놨다" "새벽에 자다가도 깬다"는 등 악취를 호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일상생활에 피해를 주는 '감각 공해'의 종류 중 후각 공해에 해당한다. 특히 여름에는 농가들이 축사 내부 온도 조절을 위해 가림막을 열고 대형 선풍기를 틀기 때문에 냄새가 더 많이 퍼져 나간다. 1년 전 대전에서 내포신도시로 이사 왔다는 장모(36)씨는 "지난여름엔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면서 "내년에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사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주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이 공해는 지난 2013년 내포신도시가 생긴 이후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단기 처방만 되풀이했다. 악취 가스 발생을 억제하는 미생물이나 탈취제를 축산농가에 지원하고, 민원이 발생하면 축사를 돌며 감독하는 수준이었다. 축사를 이전하거나 폐업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외면했다. 4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축산농가 보상금을 마련하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두 지자체는 폭염이 유달리 잦았던 지난여름에 악취 민원이 예년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비로소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축산농가에 지급할 보상금 배분 비율을 놓고 다툼만 계속하고 있다. 충남도는 "축산농가를 관리하는 군이 보상금 절반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고, 홍성군은 "내포신도시 개발은 충남도의 추진 사업이므로 도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내포신도시는 충남도청이 대전 시대 80년을 마감하고 자리 잡은 충남의 새 도읍이다. 인구 유입으로 활력을 얻어야 할 신도시가 '구려서 떠나고 싶은 곳'이 돼버린 상황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