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THAAD)란?]

미국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가 흔들림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중국은 관영 언론을 내세워 사드 철회를 주장해 사드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이브릴 헤인즈 부보좌관은 10일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가진 전화 통화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협력을 기대한다"면서 "북한 문제를 비롯한 역내 문제와 국제 경제와 무역 등 여러 문제에 걸쳐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에릭 슐츠 백악관 부대변인도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탄핵 이후) 양국 간의 기존 합의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고, 합의가 바뀔 것이라고 암시할 만한 것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가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날 환구시보 등 관영 언론들이 나서서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이 박 대통령 탄핵의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9일 탄핵안 가결 직후 "우리는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는 걸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사드에 대한 정부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사드의 내년 배치를 계속 추진할 뜻임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탄핵안 가결 이후 백악관과 국무부·국방부 등이 모두 나서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협력, 한·미동맹의 중요성,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적인 추진 등을 강조했다. 민감한 현안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이번 사태로 흔들리면 안 된다는 뜻이 바탕에 깔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탄핵안 가결 전부터 사드 배치 일정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거취가 사드 배치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가능한 한 빨리 사드를 배치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사드 배치는 현재 진행 중이며 한·미동맹은 그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게리 로스 국방부 대변인도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사드 배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강경한 대북 정책을 고수했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해 중국의 신경을 건드렸다"면서 "(박 대통령 탄핵으로) 이 두 정책이 모두 불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CNN도 "(한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북한에 좀 더 외교적인 접근을 할 것"이라며 "새 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탄핵 가결 이후 반(反)사드 여론을 다시 점화하고 나섰다. 관영 영자 글로벌타임스는 10일자 사설 '(박근혜는) 잘못된 판단 때문에 벌을 받았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벌을 받은 이유는 최순실 게이트 때문만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그가 (사드 배치라는) 잘못된 전략적 판단으로 나라를 잘못 이끌었기 때문"이라며 "야당은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의 항의도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뉴스 포털 신랑망(新浪網)도 같은 날 '박근혜 물러나면 사드 철회될까'라는 제목의 온라인 칼럼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총명하다면 마땅히 사드를 탄핵해 한·중 간의 무역 교류를 최상의 상태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인민해방군 공식 홈페이지인 중국군망도 "사드 배치는 남북 관계 완화와 평화통일의 희망을 사라지게 하고 대신 끝없는 분열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탄핵 국면에서 사드를 반대해온 야당의 입지가 강화됐다고 판단한 중국이 관영 매체 등을 동원해 한국 내 사드 반대 여론을 부추기려 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는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미 군사 당국 간에 열심히 준비 중"이라며 정부의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017년 연내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한미군 측은 내년 7~9월쯤으로 사드 배치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5월 배치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지만 국방부는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