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생들은 해마다 이맘때면 가을 학기 종강을 앞두고 이듬해 1월에 4주간 진행되는 독립 활동 기간(IAP·Independent Activities Period)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한다. IAP는 가을 학기(9~12월)와 봄 학기(2~5월) 사이 일종의 자유학기제다. 학생들은 이 기간에 '집중이수 코스'에서 부족한 학점을 따거나, 평소 관심 있는 교양·예체능 수업을 듣기도 하고, 로봇 제작 경연 대회에 나가는 등 일반 학기에 하기 어려운 활동을 하며 보낸다.

1학년은 3학기, 2학년엔 8학기도 가능

교육부가 9일 발표한 학사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국내 대학에서도 MIT의 IAP 같은 유연한 학제 운영이 가능해진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매 학년도를 최소 2학기에서 최대 4학기(여름·겨울방학 기간 중의 계절학기를 포함할 경우)로 나눠 운영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대학들은 학칙 개정을 통해 '모듈형 학기' 등 다양한 학기제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모듈형 학기제는 1년을 길이나 목적이 다른 여러 학기로 나눠 구성하는 방식이다.

매년 30주 이상 개강해야 한다는 현행 규정 때문에 도입이 어려웠던 '집중이수제'도 허용된다. 1학점당 15시간이라는 대원칙만 지키면 한 달 안에도 한 학기 수업을 다 들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과 특성에 따라 집중적 강의가 필요하면 주·야간, 주말을 가릴 것 없이 학기 초 첫 달에 모든 강의를 끝내고 나머지 두 달은 산업체 연수나 실습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해외 석학을 단기간 초빙할 경우, 학생이 조기 취업 등으로 한 학기 내내 수업을 듣기 어려울 경우에도 집중이수제가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집중이수제가 도입되더라도 현행 조기 졸업제도처럼 최대 1년 정도 앞당겨 졸업할 수 있도록 운영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모든 과목을 집중이수제로 운영하기는 어렵고, 대부분 특정 과목에 한해 도입되기 때문에 4년제 대학을 1~2년 만에 졸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졸업장에 '융합 전공' 기재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계 환경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대학의 융합·공유 전공도 더욱 활성화된다. 학생들은 기존의 학과 편제에 구애받지 않고 신설 융합 전공 위주로 학부 공부를 하고 졸업장도 융합 전공 학문으로 받을 수 있다. 교육부 측은 "영문학과 입학생이 '언어·뇌·컴퓨터' 융합 전공을 할 경우 졸업장에 '융합 전공'을 주전공으로 쓸 수 있게 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영문학과 학점이 아닌 융합 전공 학점만으로 졸업 학점을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이제 '어느 학과에 입학했는가'가 아니라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했는가'에 따라 졸업 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전문 직업인들의 경우 입학 전 연구기관이나 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일부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한 뒤 대학 관련 학과에 입학한 학생은 졸업 학점의 5분의 1 이내에서 이전 직장에서의 학습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일부 전문대와 산업대에서만 4분의 1 이내에서 인정해주고 있다. 교육부는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 대학들이 각 학교에 가장 적합한 방향으로 개선한 구체적인 제도를 시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융합 전공

2개 이상의 학과 또는 학부가 융합해 제공하는 전공 과정. 기계항공·컴퓨터공학이 융합한 ‘드론공학’이나 컴퓨터·심리학·문학이 융합한 ‘언어·뇌·컴퓨터(LB&C)’ 등을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