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표결은 9일 오후 3시 본회의 개의 직후로 예정돼 있다. 국회 의사국 관계자는 "300명의 의원이 비밀투표를 할 때 통상 40분가량 소요된다"며 "본회의가 오후 3시 개의된다면,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오후 4시 전후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은 본회의 개의 34분 만에 처리됐다. 당시 표결을 저지하려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을 유인물 배부로 대신하는 등 개의 후 절차를 간소화했다.

탄핵소추안 보고 마친 與野 원내대표단 - 여야 원내대표단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보고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뒷모습),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탄핵안은 8일 오후 2시 45분에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안은 보고 후 24시간이 경과된 뒤 표결할 수 있다는 국회법에 따라 9일 오후 2시 45분이 넘어야 표결 절차 개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세균 국회의장은 당초 9일 오후 2시 개의 예정이었던 본회의를 1시간 뒤인 오후 3시로 미뤘다.

정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 탄핵안 이외 다른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은 야(野) 3당과 무소속 의원(정 의장 제외) 171명 명의로 발의됐는데, 탄핵안 제안 설명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협의해서 누가 맡을지 정하기로 했다. 제안 설명이 끝나면 찬반 토론 없이 투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례상 인사(人事)에 관한 의안은 토론 없이 표결하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 관계자들 모두 "이번 탄핵안 표결에서도 찬반 토론은 없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다만 의사진행 발언은 있을 수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국회법상 5분 자유발언은 본회의 4시간 전에 신청해야 하고, 의사진행 발언은 본회의 중에도 신청이 가능하다"며 "그러므로 (자유발언·의사진행 발언 유무는) 내일 현장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자유발언이나 의사진행 발언이 있을 경우 탄핵안 처리 결과는 그만큼 늦게 나온다.

탄핵안 표결 절차 외

[탄핵 표결 앞두고 노무현 탄핵 이유 관심집중]

제안 설명이 끝나면 정 의장은 4~6명 정도의 의원을 감표(監票) 위원으로 지명한다.

탄핵안 투표는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다. 일반적인 표결은 좌석에서 단추를 누르고 그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되지만 무기명투표는 의원들이 기표소로 이동해서 투표를 한다. 투표지에 찬성의 경우 '가' 또는 '可', 반대의 경우 '부' 또는 '否'를 수기로 써야 한다. '가(可)'·'부(否)' 표시 외에 다른 표시를 하면 해당 투표지는 무효 처리된다. 'O'나 'X', '찬성'이나 '반대' 등도 무효다.

탄핵안 의결정족수는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인 200표다. 찬성표가 200표 이상 집계되면 가결되고, 200표 미만인 경우 부결된다. 야 3당 의석수가 165석, 정 의장을 포함한 무소속은 7석이어서 야권이 모두 172표다. 가결되려면 새누리당에서 최소 찬성 28표가 필요하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국회의장은 소추의결서의 정본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한다. 법사위원장이 국회를 대표해서 '검사(檢事)' 역할인 소추위원을 맡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회의장은 그 등본을 헌법재판소와 대통령에게 보낸다. 소추의결서 등본이 청와대에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면, 그 순간부터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된다. 국회 관계자들은 "소추의결서는 미리 만들어 놓을 것이기 때문에 전달하는 시간은 1~2시간이면 될 것"이라며 "의결 과정에 변수만 없다면 헌재와 청와대에 오후 5~6시 사이에 전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야 3당과 새누리당 비박계는 본회의 직전까지 탄핵 가결을 위해, 친박계는 부결을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새누리당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오전 10시에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당초 야당에서는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탄핵안 표결 시작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의원총회 필리버스터'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당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2시에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