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키려다 내가 죽을 판"… 탄핵 찬반 고민하는 친박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오는 9일로 예고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당론 없이 의원들 자유의사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도 동의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대통령을 파면하는 소추안에 반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 소신에 맡기기로 한 것 자체가 현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어제 국회에서 대통령이 하야 시기에 대해 "곧 (날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자신의 거취를 국회 합의에 맡기겠다고 했던 3차 담화를 더 구체화해서 4월 말 또는 그 이전으로 퇴진 시기를 명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큰 결단으로 한꺼번에 불을 끄려 하지 않고 마지못해 조금씩 물러서다가 벼랑 끝에 서게 됐다. 박 대통령이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는 불확실하지만 탄핵 표결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회의원의 표결은 원칙이 공개 기명(記名) 투표이고 인사(人事)에 관한 사항 등 몇 가지만 예외적으로 비밀투표가 허용된다. 의원들 자유의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탄핵 표결이 여기에 해당한다. 야당 의원도 반대할 수 있고 여당 의원도 찬성할 수 있다. 어떤 정파든 찬반이 드러나게 하는 방법으로 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야 3당이 마련한 탄핵안은 박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부여한 신임을 배반한 헌법 위반' '민주주의 원리 위반' 등 중대한 사유를 적시했다. 이번에 벌어진 사태가 대통령에게 이 혐의를 지울 수 있을 정도인지 아닌지는 국회의원 300명이 각자 소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에 따라 투표하고 결과에 책임지면 된다. 다만 표결 결과에 모두가 승복해야 한다. 가결되는 경우 헌법재판소의 심리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부결되는 경우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야당 내부에서는 부결되면 가결될 때까지 탄핵소추안을 반복해서 제출하겠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을 '민주주의 원리 위반'으로 탄핵한다는 사람들의 이 생각은 민주주의 원리에 합당한가. 정치인들이 최소한의 본분은 지켜야 한다.